등산복과 여행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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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과 여행의 관계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5.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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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시 등산복은 꼭 피해 주세요.”
단체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사 직원이 보낸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유럽은 등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장 밝고 화려한 옷을 입고 올 것을 주문한 이 메시지에 ‘등산복 여행의 주범’으로 몰린 50~60대 중년들은 대략 난감해졌다. 등산복이 정말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는지, 그렇다면 여행용 옷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시간, 장소, 상황을 전천후 등산복 한 벌로 커버하는 놀라운 편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에는 왜 등산복을 입지 말라는 것일까. 한마디로 창피하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사람 이기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알록달록한 등산복에 저마다 배낭하나 맨 모습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그런 것일까?
경위야 어찌됐든 등산복이 우리 일상에 아주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다. 등산을 포함한 캠핑, 낚시, 레포츠, 트레킹 등을 즐길 때 입는 ‘아웃도어 룩’을 통칭하여 우리는 등산복이라고 부른다. 많은 야외활동(outdoor activity)에 적합한 기능성 의상이 개발되고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아웃도어 의류시장은 연 7조원대의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산복은 검은색 일색이었으나, 지금은 단풍빛깔보다 더 단풍스러운 등산복이 부지기수다. 학생들이 입는 특정상표의 바람막이는 교복처럼 사용된 지 오래고, 무겁고 끈 달린 추리닝(트레이닝 복)을 애용하던 백수들도 입체 패턴으로 절개된 착용감이 우수한 바지로 옮겨 탄 지 오래다. 거리에 나서면 열에 하나 둘은 아웃도어 의류를 입는다. 물론 편해서다. 이들은 대체로 활동에 제약이 없고 가벼우며, 땀이 차지 않고 쉽게 마르는 소재로 되어있다. 요즘에는 등산복과 혼합된 캐주얼 의류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성 편의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아웃도어 의류는 여행에 적합하다. 그것도 매우.
등산복을 피해달라는 여행사 가이드가 말한 등산복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많고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므로 자신의 여행지 날씨에 적합한 적당한 분량의 등산복을 챙겨가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우기 건기 습기 등의 날씨에 대비하기에는 기능성 의류만한 것이 없다.
‘여행(旅行)’은 말 그대로 나그네 되어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를 대표하여 국빈의 자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반바지에 슬리퍼차림을 제한하는 사원이 아니라면 아웃도어 의류가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한국인이라서 한복입고 가겠다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내 의지대로 여행하면 되는 것이다. 민소매에 짧은 핫팬츠를 입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의 옷을 보고 그 나라를 판단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거의 모든 외국인들도 등산복 입은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괜찮다. 아무 상관없다. 편한 등산복 입고 여행가자.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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