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 우리만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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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축제, 우리만의 축제
  • 이은희<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
  • 승인 2016.09.1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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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홍성지역의 대표적인 지역축제인 역사인물축제가 막을 내렸다. 각 프로그램준비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각자 맡은 체험부스 담당자분들, 또 홍보하는 분들의 얼굴엔 설레임과 피곤함이 교차했다. 3일 동안 아이들은 홍성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재미있는 방법으로 만나고 홍성군민들은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며 즐겼는데 보는 이도 덩달아 흥겹게 만들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플래시몹은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라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가을 축제의 달에는 캘리그라퍼라는 직업을 가진 내게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다. 이번 홍성 역사 인물축제에서는 캘리그라피시연 -엽서써주기로 함께했고, 역사인물축제가 열리기 하루 전 대전에서는 ‘2016장애인문화예술축제 리날레 in대전’이 열려 개막식에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로 참여했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 몇 곳에서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열려 장애예술가들이 다양한 예술 영역에 참여해 시각예술 전시, 뮤지컬합창공연 등을 펼친다.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시 눈여겨 볼 것은 수화통역사가 있어 청각장애인분들도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영상과 소리로 구성된 영화상영시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로 전달을 해서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당진의 꽃다지라는 장애인 합창단을 이끌고 계신 단장님을 뵌 적이 있다. “합창곡 하나를 잘 부르기 위해 얼마동안의 시간이 걸리는지 아세요?” 라는 질문을 하셔서, “3달이요?” 라는 답변을 했는데, 거의 1년이 걸린단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드는 생각은 ‘한곡을 가지고 일 년을 연습하는데 지겹지 않을까’ 였다. 그러나 오빠생각 한곡을 1년 동안 연습하고 무대에 올려질 때 장애인 합창단 단원들의 기쁨과 감동이 얼마나 큰지 말씀하시는 단장님의 표정이 결연하셨다.

꽃다지 합창단 특성상 단원 분들이 장애인만으로 구성됐고 중증장애인분들이 많아 그 긴 시간이 걸리는데, 한 번의 공연을 위해 1년을 꼬박 연습한 무대에 장애인 분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합창을 한다고 하셨다.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런데 양쪽 축제에 참여하니 안타까움이 인다. 장애인축제 외의 축제에는 장애인들이 주류로 축제를 준비·참여하는 걸 좀처럼 볼 수 없다. 장애인 몇 명이 보일뿐 그저 수동적인 참여 밖에 없다. 휠체어대여소가 있지만 턱들과 자갈길이 많아 정작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불편하다. 비장애인이 주류인 축제에 청각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 배치를 바라는 건 억지처럼 여겨질 것도 같다.

그에 반해 장애인문화예술축제 행사에는 어떤 장애유형의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를 한다. 당연히 장애유무나 연령 등에 상관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기에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 관객은 별로 없다. 그들만의 축제, 우리들만의 축제다. 이제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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