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알주머니를 만들어 산란하는 물땡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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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알주머니를 만들어 산란하는 물땡땡이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06.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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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1>
물땡땡이 알주머니 모습.

물방개와 물땡땡이는 대표적인 수서곤충으로 성충이 될 때 번데기 방을 만들고 성충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다. 물방개는 수초의 줄기 속에 알을 낳지만 물땡땡이(Hydrochara acuminatus Motschulsky)는 물 위에 떠있는 식물의 잎 가장자리에 알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30~50여 개의 알을 낳고, 알이 알집 속에서 부화해 애벌레가 되어 알집 밖으로 나오는 곤충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물방개를 쌀방개로 물땡땡이는 보리방개로 부르기도 했다. 먹을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물방개와 물땡때이가 아주 흔해서 물웅덩이에서 채집한 물방개와 물땡땡이를 잡아서 불에 구워 먹기도 한 경험이 있는데 최근엔 물방개와 물땡땡이를 발견하기조차 매우 힘든 실정이다.

물땡땡이와 같은 수서곤충들이 잘 살 수 있는 논 가장자리에 있던 작은 연못들이 거의 사라져 버린 요즘엔 이런 종류의 수서곤충을 발견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어쩌다 살게 된 수서곤충들이 시골 길 마다 있는 가로등에 유인되어 밤에 가로등 아래에서 놀다가 대부분 자동차에 깔려 죽게 돼 수서곤충의 개체수와 종이 점차 줄어들게 된 원인 중 하나이다.
 

알주머니 속에서 성장 중인 알.


이렇게 줄어든 수서곤충 중엔 멸종위기 종이 된 곤충이 물장군이 있고 물방개는 멸종위기 종 후보군이 되어 장차 멸종위기종이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점차 사라져 가는 수서곤충 중 물땡땡이를 연구하고 물땡땡이의 생리적 특징을 알아보는 것은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땡땡이는 다른 수서곤충과 달리 알을 알주머니 속에 낳는 유일한 곤충이다. 알주머니를 만들어 알을 낳고, 그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애벌레로 키워내는 특이한 산란 습성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물기를 가득 머금은 알주머니가 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으며 알 속의 알을 성장시켜 애벌레로 성장시킨다.

어떻게 젖은 알주머니가 가라앉지 않는 것인지? 또 알을 담은 알집 위로 붙여놓은 긴 관이 알과 애벌레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 물땡땡이는 몸의 크기로서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었고 앞발에 돌기가 있는 것이 수컷으로 이 돌기로 짝짓기 할 때 암컷을 꼭 붙잡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땡땡이의 알주머니는 알집과 공기 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만든 재질은 단백질 성분의 미세한 실로 엮어져 있으며 이 실의 외부는 내부로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금의 틈도 없이 매끈한 재질로 돼있다. 물이 내부로 들어가  알들이 오염되거나 부패하는 것을 막고,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로 돼있다.
 

물땡땡이 공기관의 모습.


육안으로 본 알주머니는 흰 부직포 같고, 표면을 만지면 푹신푹신한 느낌이었고 현미경으로 살펴본 알주머니는 무수히 많은 얇고 넓은 흰색 실로 얽혀 있으며 표면보다 안쪽의 짜임이 더 조밀하였으며 현미경 자로 실의 두께를 측정한 결과 최저 0.13m에서 최고 0.3mm로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알집은 겉은 치밀한 조직으로 되어 있으며 알주머니의 중앙에 알을 배치하고 가장자리에 실을 채워 넣어 알이 외부의 충격이나, 흔들림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도록 한 구조이다.

알주머니의 공기관 표면은 비닐 막으로 코팅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물이 알주머니의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로 보였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공기관은 거친 실로 짜인 외부와 달리 가운데 구멍이 만들어져 있으며, 구멍 속은 희고 미세한 털로 채워져 있어 깨끗한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거름장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기관의 내부 구조는 물이 내부로 흘러드는 것을 막고, 깨끗한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기 거름 장치가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구조였다. 알주머니 구성 성분을 확인한 결과 당분과 단백질이 검출됐다.

알주머니는 산성과 염기성, 아세톤에 대한 내성을 보인 것으로 보아 오염된 물에서도 알을 부화 시킬 수 있는 구조이다. 공기관은 물결이 움직일 때마다 알주머니가 안전하게 물 위에 일정한 방향으로 떠 있을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고 공기관이 물속을 향해 있는 경우 알이 부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알이 부화하기 위해서 신선한 공기가 계속 공급되는 구조였다.

이런 환경에서 물땡땡이가 30~50개의 알을 알주머니 속에 낳으면 알주머니 속에서 애벌레가 되고 알주머니를 뚫고 나와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다.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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