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뾰족한 가동구를 가진 왕잠자리 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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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뾰족한 가동구를 가진 왕잠자리 유충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07.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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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4>
①왕잠자리 유충 입모양. ②왕잠자리 성충 입모양. ③왕잠자리 유충의 입 펼침각. ④왕잠자리 유충에 잡혀 먹힌 납자루의 모습 ⑤왕잠자리 유충의 모습. ⑥유충의 먹이 포획모습.

여름철 물가나 숲이 많은 지역에 가면 하늘을 나는 수많은 종류의 잠자리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늘을 나는 잠자리들이 물이 있는 연못이나 저수지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이들 잠자리들이 주로 물가 수풀이 많은 지역에 자신의 알을 산란하기 때문이다.

작은 저수지나 산간 지역에 있는 작은 연못의 생태 환경이 궁금해 작은 뜰채를 들고 물의 가장 자리 수초 지역을 떠 보면 심심치 않게 커다란 왕잠자리 유충인 수채가 채집된 적이 많다. 왕잠자리 유충의 신비한 행동은 마치 물속의 폭군과 비슷하다. 먹이를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다가가 긴 입을 단 숨에 길게 뻗어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은 순식간이다.

서양에서는 잠자리 머리의 모습이 용의 모습처럼 용맹하게 생겼다고 판단해서인지, 영어로 부르는 잠자리의 이름을 ‘Dragon Fly’라고 부른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아마도 잠자리 유충의 머리 모양이 용처럼 용맹스럽게 생겼고 먹이를 포획하는 모습이 용맹하다 해서 ‘Dragon Fly’ 라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잠자리의 유충은 물속에서 고속 이동에 유리한 유선형을 하고 있다. 물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는 아주 작은 실잠자리아목은 몸이 가늘고 길며 꼬리 끝에 3개의 아가미를 갖고 있고, 잠자리아목은 굵고 튼튼하며 꼬리에 변형된 부속기가 있다.

몇 년 전 잠자리 유충의 입모양을 연구하면서 채집해 온 왕잠자리 유충이 잘 살아서 성충으로 우화할 수 있도록 수초와 나무젓가락을 몇 개 수조 속에 길게 꽂아 주었더니 왕잠자리로 우화해 연구실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이들 잠자리 유충의 입모양은 참으로 신기하다. 입이 배 아랫부분으로 길게 발달해 접혀 있어서 겹쳐진 부분을 펼치면 아주 길다.

왕잠자리 유충의 입처럼 접혀 있던 긴 입을 펼쳐 먹이를 포획할 때 사용하는 움직이는 입을 ‘가동구’라고 부른다. 잠자리의 종류별로 이 가동구의 모습을  살펴보면 잠자리 종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잠자리목의 성충과 유충은 모두 강력한 포식자인데 특히 유충기에 왕성한 포식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입과 턱이 잘 발달돼 있다.

잠자리 유충의 입은 윗입술, 아랫입술, 큰턱, 작은 턱, 측편, 중편으로 돼 있는데  아랫입술은 윗폭이 아랫폭보다 커서 먹이를 밀어 넣기 좋은 형태이고 아랫입술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왕잠자리가 가장 크고 몸길이에 대한 아랫입술의 길이도 왕잠자리가 가장 크다. 잠자리 유충은 아랫입술의 끝부분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포획지를 갖고 있는데 왕잠자리와 산잠자리의 포획지가 특히 잘 발달돼 있어 잠자리 유충의 사는 장소에 따라 모습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물 위에서 생활하는 왕잠자리와 산잠자리는 예리한 가동구와 펼침각이 큰 아랫입술을 갖고 있어 움직이는 먹이를 사냥하기에 알맞고 유속이 빠른 지역에 사는 측범잠자리과 유충은 작고 납작한 입을 갖고 있어서 바위틈에 끼어있는 먹이를 찾기에 유리하게 생겼으며 진흙 바닥에서 생활하는 잠자리과와 장수잠자리과 유충은 바닥에 있는 먹이를 긁어 먹기에 유리한 입모양을 하고 있다. 즉 이들 잠자리 유충의 입모양은 자신들이 생활하는데 알맞게 입모양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왕잠자리 유충과 산잠자리 유충이 좋아하는 먹이는 살아서 움직이는 작은 생물들이고, 하천의 바닥면에서 생활하는 어리장수잠자리 유충과 홀쭉밀잠자리 유충은 바닥에 있는 먹이를 주로 먹으며 산 것과 죽은 것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포획지가 발달한 왕잠자리와 산잠자리는 먹잇감을 예리한 측판끝 부분으로 찍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 먹이를 섭취하고 살아있는 생물 중에서도 움직임이 느리고, 잘 찍히는 생물을 선호하며 왕잠자리가 먹이를 섭식하는 과정은 측판의 포획지로 끌고 와서 포획지와 다리를 이용해 먹잇감을 붙잡고 큰턱과 작은턱을 번갈아 움직이며 잘게 갈아서 먹는데 심지어 물고기까지 잡아먹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뜨거운 여름에 혹시 연못주변에 피서를 가신 분들은 작은 뜰채로 연못 가장자리를 떠 보면 이렇게 멋진 왕잠자리 유충을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왕잠자리의 입을 길게 늘여 보고 입의 끝에 있는 뾰족한 이빨을 확인 해보라. 만약 물에 산소공습이 가능하다면 가정에서도 키울 수 있으니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승규 주민기자<내포곤충학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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