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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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보물찾기
  • 정수연 주민기자
  • 승인 2019.06.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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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생이라면, 익숙한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토요일 밤 심야 시간에 방영했던 토요명화다. 어린 시절 유일하게 허락되는 심야 TV 시청을 엄청 기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봤던 영화 중에 손에 땀을 쥐게 한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는 바로 ‘구니스’! 영화 구니스는 곧 철거될 후미진 동네에서 아이들이 지도 한 장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발견한 지도가 17세기 중엽 해적 애꾸눈 윌리의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나타낸 것임을 안 아이들의 모험을 영화 내내 실감나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마을을 주제로 미디어수업을 하면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주변에 있는 산과 건물이 알고 봤더니 보물이 숨겨진 장소라면? 이 생각만으로도 뭔가 재미있는 활동이 될 거 같았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더빙판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아 자막으로 된 영화를 함께 보았다. 일부 아이들만 빼고는 모두 집중하는 모습에 일단 성공을 짐작했다.

영화를 본 뒤, 일단 실제 동네 곳곳을 사실적으로 그려봤다. 그린 지도 안에서 보물이 있는 장소를 각자 설정한 후, 그 장소를 찾아가는 새로운 보물지도를 그려보게 했다. 보물지도란 설정을 다소 낯설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모든 친구들이 즐겁게 잘 참여했다. 그렇게 완성된 보물지도는 애초 교사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교사들이 수업을 계획할 때에는 무언가 실체하지 않는(애꾸눈 윌리의 해적선처럼) 무형의 보물이 있는 곳을 아이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익숙한 곳, 자신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곳을 모두 보물로 설정했다. 그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어떤 것을 혹은 어떤 장소를 보물로 생각했을까?
 


수업에 참여한 10명의 아이들 중 7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보물을 ‘집’으로 표현했다. 그 다음은 ‘학교’,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짱*문구’, ‘C*편의점’이었다. 아이들의 지도를 보면서 ‘탁’ 뒤통수를 맞는 듯 했다.  “그래 나도 집이 보물이었지…”, “나 역시 학교 앞 문방구를 정말 사랑했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파랑새의 교훈을 아이들은 잘 간직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교육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교사 자신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다.

그 뒤로 마을미디어 수업을 할 때마다 이 지도 그린 수업 이야기를 해드린다. 어른들은 동네 자랑거리 혹은 동네명소 같은 걸 자신들의 보물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쉽게 주변에서 찾아내는 ‘보물’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했던 지도사진을 보여드리면 그제서야 자신들의 집, 대문, 화단의 좋은 점들을 발견해내신다. 아이들과 보물지도 제작 경험이 그래서 마을미디어 수업 때 큰 도움이 된다.

‘미디어’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도구일 뿐 아니라 기존의 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익숙한 길도 사진으로 보면 다르고, 익숙한 집 주변도 소리로 담아보면 또 새롭다. 미디어로 보물 찾기 참 쉽다.

미디어로 만나는 더 큰 세상 ‘우리 동네 꾸러기 온에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삼성 꿈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홍성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미디어교육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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