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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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충청도
  • 이정록(시인)
  • 승인 2010.02.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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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다 신접살림을 차렸는디,
신혼 닷새 만에 배타고 나간 뒤 돌아오덜 않는 거여. 만 삼 년 대문도 안 잠그구 지둘르다가 남편 있는 쪽으로 온 게 여기 울릉도여.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돈 줄 알어?
아직도, 문 열릴 때마다 신랑이 들이닥치는 것 같어. 근데 막걸릿집 삼십 년, 남편 비스무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 그때마다 내가 횅하니 고갤 돌려버리니까, 붙어 댕긴 이름이여. 그랴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껜.
이 신랑스런 눔아, 잔 받어! 첫 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 그 끝자럭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

 

 

 

 

 

 

 

 

이정록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 김수영문학상(제20회․2001년), 김달진문학상(제13회․2002년) 수상. 현재 천안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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