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한다
상태바
윗물이 맑아야 한다
  • 현 자(홍성여중 교사)
  • 승인 2010.03.29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일 불거져 나오는 서울시교육청의 전문직 승진을 둘러싼 뇌물수수 비리나 초등교장들의 방과 후 수업 업체 선정 상납 비리 같은 예는 분필을 잡고 때 묻지 않은 학생들과 면대하는 일선의 교사들에게는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럽다 못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학교단위는 지역교육청 산하에 있고 각 학교는 학교장의 경영의지에 의해 교육활동이 전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 승진한 교육관료가 교육청에 내려앉고 이런 비도덕적인 학교장이 일선 교육현장의 선봉이 될 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건을 잘못 만들면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파기하면 될 일이지만, 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계로서는 비리로 인한 폐해가 타 분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갖는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 하여 스승을 존중하고 우리 교사들을 우대했던 것이 아닌가. 그 동안 크고 작은 비행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실망을 안겼으니 근자에 스승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서운해 할 염치도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윗물이 흐린 채로 아랫물을 맑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 이따금 교사들 끼리 격의 없이 나누는 대화 가운데, 정말이지 교육적 방향으로 보기 어려운 지시를 감내한다는 것은 얼마나 암담한 일인지. 교사들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온순한 편이어서 웬만하면 순응하려는 마인드이나 이런 절벽 앞에서는 항변도 쉽지 않아 교직에 매력을 잃거나 좌절하기 십상이다.

이참에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일은 윗물도 윗물이지만 교사들의 승진에 있어서도 좀 페어플레이를 보고 싶다.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 동료를 야박하게 밀쳐 내거나 밟고 올라서는 것은 교직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승진에 절대적인 근무평정이나 부장보직, 최근 시행되고 있는 초빙교사제 등에 있어서도 공정한 인사원칙을 준수해서 누가 봐도 쉽게 납득할 수 있어야지, 특정교사에게 편익을 주기 위한 봐주기식으로 선량한 다른 교사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의의 경쟁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하며, 설령 먼 길을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대의를 지켜야 한다.

각종 현장연구나 실천사례 등에 있어서도 그 모든 초점이 아이들에 맞춰져야 한다. 겉으로는 연구를 합네 하지만 연구물에 치여 아이들은 뒷전이요, 속내는 자신의 승진점수 향상에만 오로지 노심초사한다면 이것 역시 본말이 전도되어 일반인이나 학부모 학생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보고서에 있어서도 내용장식을 위한 일회용 요식행위 같은 지도사례는 없는지. 특히 이 과정에 연구의 수단으로써 필요 이상 아이들을 고달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다들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도공이 아름다운 자기 한 점을 얻기 위해서 1,000도가 넘는 가마불 앞에 그토록 오래 고뇌한다면, 참다운 교사란 아이들을 늘 가슴에 품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까이 하면서, 오로지 가르치는 일에 진력을 다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교육계의 부끄러운 얼룩을 지워낼, 누가 봐도 교육자로서의 올 곧은 품성을 간직하고 교직관이 투철한 맑은 윗물을 고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