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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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 이현조(시인, 홍성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0.04.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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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까, 대부분의 남자들은 눈물을 <남자답지 못함> 또는 <여성스러움>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남자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찔끔거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왜? 왜 남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가?

눈물에는 정화의 기능이 있다. 바로 카타르시스(Cathrsis)다. 카타르시스란 정화(淨化)라는 뜻의 그리스어인데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함, 불안함,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말하는 문학용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저서 <시학(詩學)>에서 처음 사용한 은유로 의학용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되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수백 년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독일의 극작가이며 문학비평가인 고트홀트 레싱(1729 ~1781)은 카타르시스가 지나친 감정을 고결한 기질로 바꾸어준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비평가들은 비극을 도덕적 교훈으로 간주하고, 비극 주인공의 운명이 불러일으킨 공포와 연민은 관객들에게 비극의 주인공처럼 신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은 관객이 통제된 상황에서 주인공과 똑같은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고 느낌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외부로 발산하고, 비극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해 공감함으로써 통찰력과 시야를 넓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비극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남자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치열한 경쟁에서, 거친 사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자는 냉혹해야 된다>, <눈물은 곧 패배의 자인(自認)이다>라는 등의 궁색한 변명은 하지 말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감동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감동의 정도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남자들이 눈물을 <남자답지 못함>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스스로를 불감(不感)의 구렁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를 보면서 감동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일상에서의 감동(측은지심)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이란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중 공손추편(公孫丑篇)에 나오는 말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다.

어진 사람이 많은 사회. 상상만 해도 따뜻하고 멋지지 않는가? 우리 후손들은 그런 사회에 살게 하고 싶지 않은가?

남자들이여, 눈물을 흘리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남자의 강인함은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메마른 감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포용할 줄 아는 넓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마르고 혼탁한 마음에서 배려하고 포용하는 미덕이 나올 리 없지 않은가. 배려심과 포용심이 부족한 사회가 결코 따뜻하고 평화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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