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기와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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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와 인성교육
  • 김종성(충남도교육감)
  • 승인 2010.08.27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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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형 인간인 듯하다. 새벽이면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현관에 배달된 신문을 집어 든다. 신문을 펴들면 기름 냄새가 알싸하다. 역겹기 보다는 오히려 향기로움을 느낀다. 지난 밤 잠든 사이의 단절된 세계를 조간신문이 파노라마처럼 전해준다. 여러 가지 신문을 세세히 훑어 읽고는 인터넷으로 다른 신문의 사설, 기고문 등을 검색한다. 이 글들을 읽을 때는 행복감이 샘솟는다. 정독하면서 인생철학을 넓히고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신문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시기는 중․고등학교 다니던 학창시절이었다. 당시엔 발간되는 신문의 종류가 많지 않았고, 대개 가정형편이 어려워 신문을 제대로 구독할 수 없었다. 그 때 어느 독지가께서 교실에 신문을 두 부 정도 넣어 주셨다. 그 신문이 가장 좋은 읽을 거리였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러 학생들이 낱장으로 돌려가며 읽고 나면, 저녁 무렵엔 다 헤져있기 마련이었다. 신문으로써도 아름다운 삶을 마감한 셈이다.

교과서가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기본 교재라면, 신문은 잠재적 교육과정의 살아있는 교재이다. 신문은 가장 최근의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접하는 산교육 자료이다. 신문은 한 지면에 글자와 글상자의 크기로 세상사를 그려내는 종합예술이다. 신문을 활용하는 수업(NIE)은 학생들에게 상식의 세계를 깊고 넓게 하며, 세상의 흐름을 읽게 해 주고,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못한 것을 일깨워 준다.

충남교육청에서는 그동안 양서 읽기와 더불어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기고문 읽기를 강조해 왔다. 글을 빨리 읽고 전체를 구조화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어휘 이해의 폭을 넓히며, 핵심 주장을 추출하고,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실력을 키우는 학력증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주일에 두세 편 이상은 읽고 기록장에 정리하며 자기 것으로 소화했으면 좋겠다.

가정에서도 신문 읽기가 붐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신문을 읽고 난 후 신문내용을 가지고 가족끼리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로 명품 가정이다. 의견을 조리 있게 발표하는 능력이 생기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개선해야 할 바를 깨쳐 나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녀의 인성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칭찬 격려하며 대화하고, 공경하는 자세는 바른 품성을 기르는 첩경이 될 것이다. 또 금상첨화로 독해능력 향상에 의한 학력증진을 기대할 수 있다.

뉴스에 대한 가족 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 어릴 적 제삿날에는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르신들이 중심이 되었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농사이야기도 있었고, 직장이야기도 있었다. 이웃집 이야기도 있었고 국내정치 이야기도 있었다. 멀리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많은 것을 느끼고 행동 처신을 바르게 해야겠다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교에는 최근 장학금을 보내주시는 독지가 분들이 많다. 과거에 어렵게 살면서 공부하였기에 장학사업의 고귀한 뜻을 품고 계신 듯하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장학금을 몇 학생에게 주는 것도 좋지만, 다수 학생을 위해 교실에 신문을 사서 넣어 줬으면 좋겠다. 모든 학생들이 신문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신문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토의문화를 활성화시키며 인성이나 실력 배양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교육청에서 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마땅치 못해 아쉽다.

우리 충남의 학생들이 좋은 글 읽기에 더욱 열중했으면 한다. 펜의 힘은 칼의 힘보다 강하다. 신문은 세상을 읽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활자화된 신문으로 바른 품성과 알찬 실력을 키웠으면 한다. 또한 신문의 매력은 무한하다. 일회성이 아니라 곱씹을 수 있고,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쌓아둘 수 있으며, 한눈으로 자료를 일별할 수 있다. 충남의 학생들이 신문의 향기에 취해 바른 품성과 알찬 지식을 지닌 품격 높은 미래인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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