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흘 때다
상태바
조오흘 때다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0.09.03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남민

어느 날, 중3짜리 녀석이 초등6년짜리 동생에게 훈계를 하길래 유심히 들어보았더니 녀석은 말 끝에다가 이렇게 토를 달고 있었다.

"네가 너무 어려서 그래, 내 나이되면 다 알게 되는거야. 너 만할 때가 제일 좋은거다."

 

갓 군대를 제대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백수 조카녀석에게 나는 걱정 반 위로 반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한다.

"얀마, 너 만한 나이에 뭘 걱정허냐? 니 나이면 뭐든지 헐 수 있는 젤루 좋은 나이 아니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육십줄의 사장님 한 분께서 우연히 내 나이를 물어보길래 "이만 저만 합니다" 하였더니, "자네 나이만 되믄 난 소원이 없겠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제일 좋은 나이일세" 라고 하셨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제일 좋은 나이는 과연 몇 살이란 말인가.

누구나 나이를 갖고 있는 만큼의 지난 세월에 대한 막연한 애착을 갖겠지만, 나이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른 것 같다.

공교로운건 모두 자신의 나이는 이미 꽃다운 나이를 지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남이 보기에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지금임을, 정작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봐야 멀쩡하게 돌아다니던 때가 좋았던걸 알게 되는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지금 알고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이가 생산하는 공통적인 후회일까?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5,60대의 적극적 사고방식이 무수한 실버 창업을 낳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좋은 나이'는 점차 늦춰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이는 그저 폼 잡을때나 필요한 것이다.

어찌 심오한 인생의 나이를 호적의 몇 년생으로만 따질 것이랴.

하고 싶은걸 하는 때가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가 아닐까?

"누군가는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도 때때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전에 계획에만 있는 일들을 끄집어 내어 실천에 옮길 때다.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정희성-'태백산행'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