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농민들, 농지 담보로 연금 받는다
상태바
고령 농민들, 농지 담보로 연금 받는다
  •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 승인 2010.10.01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문표(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어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는 인생설계다. 현대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은퇴 이후의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노후준비가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킨 다음에야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노후의 빈곤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 안고 퇴직하게 된다. 소득은 끊기고 앞날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예비노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 대부분 가장들의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가 14.3%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농촌인구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실정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노인이 44.7%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궁핍이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건강을 챙길 여유도 없어지고, 사회적 활동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은퇴 이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책으로 도입된 것이 연금제도이다.

우리나라에 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60년 공무원 연금이 처음이다. 2년 후 군인연금에 이어 1973년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연금제도가 실시됐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은퇴 이후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연금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후 1988년부터 국민연금이 도입되면서부터 연금 수급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노인들은 안정적 수입원인 연금혜택을 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특히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의 고령 농업인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시민 고령자를 위한 주택연금이 도입, 운영되고 있지만 농가주택은 가격이 낮아 주택연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도시민들에게는 주택이 가장 큰 자산이라면 농촌의 농민들에게는 농지가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러한 시대적 현실이 반영돼 농가의 고정자산 중 72%의 비중을 차지하는 농지를 활용한 연금이 내년부터 도입되는 것이다. 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노후생활안정자금을 매월 연금형식으로 지급받는 제도이다. 연금을 지급받으면서 농사를 짓거나 임대할 수도 있어 더욱 안정적인 수입원이기도 하다. 농지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승계절차를 거쳐 이어 받을 수도 있다. 농촌노인만을 위한 맞춤형 연금인 셈이다. 농지연금이 농촌 농민들의 노후를 튼실하게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결국 고령의 농민들이 농지를 담보로 다달이 일정한 돈을 받아 쓸 수 있는 제도가 농지연금제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지연금은 운용 금리를 되도록 낮추고, 농지를 담보로 맡긴 뒤에도 영농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민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설계했다. 농지는 있지만 일정 소득이 없는 고령의 농민들의 노후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70살 농민이 2억 원 가량의 농지를 맡길 때 매달 76만원을 받게 된다.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해 운용금리를 4.0%로 낮게 고정하고, 인건비 등의 각종 관리비용은 운영기관인 농어촌공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주택 역모기지보다 농민의 수혜 폭이 꽤 크게 설계된 것이다. 농지를 맡긴 뒤에도 해당 농지를 경작해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유상 임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2억 원 가량의 논 1㏊에서 추가 영농 수입으로 월 45만원(임대 경작하면 19만원)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지연금 가입대상 농민은 부부가 모두 65살이고,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소유농지의 총면적은 3만㎡를 넘지 않아야 하고, 기존의 금융기관 담보대출은 모두 말소해야 한다. 주말농장이나 체험영농 경험은 영농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연금을 받고 있더라도 농지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노후가 불안정한 고령의 농민들에게 농지를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는 120만 가구이고, 이 가운데 65살 이상 농가가 절반인 58만 가구에 이른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연금가입 의향조사를 해 보니 30.8%의 고령의 농민이 가입할 뜻을 밝히고 있다. 농지연금은 내년 초부터 한국농어촌공사의 본사와 시․도본부나 지사(대표전화 1577-7770) 어디에서나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