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축제에 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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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축제에 대한 소회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0.10.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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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축제를 어떻게 규정 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동시에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몇 번의 축제를 구경했고 때로는 직접 참여하면서도 올해 역시 이 문제에 봉착되었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며느리를 맞이했다. 예식을 마치고 이바지 보따리를 풀다가 잘 삭은 홍어 냄새에 놀라서 "어찌 사돈댁에서 이렇게 썩은 고기를 보냈을까"기겁을 하고는 이웃사람들이 볼까봐 쉬쉬하면서 버렸다고 한다.

홍어는 목포지방에서는 최고음식이지만 김치처럼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 그러나 김치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을 가지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는 특유의 냄새와 맛이 있는 매우 특수한 음식이다. 이렇게 지역이나 국가의 특별한 음식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역 또는 국가브랜드 가치와 이어지고 있다.

내포축제를 삭힌 홍어와 같이 우리 홍성만이 가지는 특수성과 차별성으로 규정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김치처럼 보편성과 일반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구성과 내용면에서 부족함이 많다고 본다.

브라질의 '삼바축제',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이웃 일본의 '눈 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불린다. 이러한 축제들이 세계적일 수 있는 것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환경ㆍ문화ㆍ역사 등을 축제로 승화시켜 차별화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수성과 차별성이라는 입장에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20호' 결성농요보존회가 시연한 <호상놀이>는 결성농요의 <지게상여놀이>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특수성을 보편화 시키는 우를 범했다고 본다. 그리고 <호상놀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필자로서는 무슨 이유로 다음날 예정되었던 '농요공연'마저 취소하고 다시 한 번 시연케 한 기획팀의 안목은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잘도 논다 잘도 놀아 우리 농군들 잘도 노네' '잘도 논다 잘도 놀아 그만 놀구서 일들 하세'라는 소리로 끝이 나는 지게상여놀이는 들판에서 일을 하던 농부들이 쉬는 시간에 지게를 서로 마주 붙여 상여를 만들고, 흥겹게 한바탕 놀았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결성농요가 가지는 특수성에 해당된다. 이것을 시신(屍身)을 메고 가는 호상놀이로 바꿈으로서 결성농요는 가지고 있는 본래의 색깔이 변질되었고 동시에 내포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볼거리를 없애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 왔다.

이번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의 문제이다. 세계적인 축제가 그렇듯이 백화점식의 다양성 보다는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 열광하듯이 한가지의 즐거움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공연이나 전시회 등이 열리게 되면 보고 즐기기 보다는 품앗이 식의 눈도장 찍기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급급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웬만큼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개막식에 잠시 얼굴을 보이고 바쁘게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하다보니 축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매번 같은 사람을 구경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발전과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하고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이며, 그러기 위해서서는 홍성에서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 역시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이것은 그만큼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매번 반복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인원동원과 같은 외향적 결과에 치중하여 특수성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개발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내포축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공했다는 '태안 꽃박람회' 현재 진행 중인 '세계대백제전'등 역시 묘목을 심어 키우듯이 작게 시작하여 시민들의 참여 속에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대규모로 벌이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유관단체들을 통하여 거의 강매에 가깝게 입장권을 팔고 있는 실정에 있다.

축제뿐만 아니라 모든 행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아무리 기획이 치밀하더라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대규모로 벌이게 되면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리 없다.'는 말처럼 노력에 비해서 인정받지 못하는 부실한 축제로 전락해버린다.

따라서 다소시간이 걸리고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특수하고 차별적인 축제를 만들고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키워가면서 반복되는 문제를 극복하여 잔치다운 잔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미래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방정부는 물론 자치단체장의 결단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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