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코스모스 무성했던
파란 21번 비포장 국도를
월산 위 태양을 뒤로 한 채
목적지 없이 금마 쪽으로 걷다가,
초저녁 소나기 흠뻑 맞아
잡은 손 땀 배이는 줄 몰랐던
햐얀 교복 양 갈래 댕기머리 소녀.
장항선 기차 타고 도착한 현충사
연못 비단잉어의 여유와
국화 향기 코끝 스칠 때
은행잎 가을하늘에 더욱 노랗던
장군의 뜨락을 손잡고 걸었던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 댕기머리 소녀.
흔들리는 버스를 타던 수덕사
만공탑 앞에서 하산한 이유는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던 탓,
한적한 곳에서 업고 내려오면
머리를 등에 기대며 수줍던 소녀는
잎 지고 가지만 남은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에 꼭대기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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