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행복은 비례하는가?
상태바
교육과 행복은 비례하는가?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0.11.19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다는 이미 2500년 전에 이 세계는 관찰 할 수 없다고 말했고, 현대과학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식되어지지 않는 세계에 대한 관념적 사고는 지적유희는 될 수 있어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희론 즉, 부질없는 논의에 불과하다고 설파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눈으로 한 방울의 물을 보는 것과, 광학현미경을 통해서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듯이 '보는 자'와 '보는 도구' 등에 따라 관찰되어지는 세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를 통해서 본 세계를 전부라 할 수 없으므로 세상은 관찰되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이나 이때까지 개발한 도구 등으로 관찰되어지지 않는 세계 즉, 용(龍)과 같은 상상의 동물이나 조물주(造物主)와 같이 인식되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깥이라고 하는 객관의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인식하는 주관의 세상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깥의 사물이 실재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마치 현미경을 통해서 물방울을 보기 전에는 내 생각 속에는 물방울 속의 미세한 세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각설하고, 지난 18일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대학수능시험이 치러졌고, 그 결과를 가지고 "어떤 대학에 갈까?"를 놓고 또 한바탕 분주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또 다시 4년 동안 취업준비라는 새로운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가 대학생 2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연마하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취업준비 학원이 되어버렸다. 결과에 따르면 대학에 입학한 이후 수능을 다시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학벌 때문에 불리한 대우를 받았을 때"(33.5%)가 1순위를 차지 했고, 그 이유로 학벌차별 등으로 취업에 불리하고 사회적대우를 받지 못할까하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부모들의 걱정과 일치한 결과이다. 아예 사주팔자와 같은 희론과 거리가 먼 필자이지만, 이때쯤이면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지?" "대학에 합격 할 수 있는지?" 등등을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왜, 대학을 보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본다. 첫 번째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이며, 두 번째는 "남들이 다 가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낼 수 없다."이다. 다시 말하면 대학은 학문을 연마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곳이 아니라 직장을 얻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가 되어버린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학력위조라는 웃지 못 할 사건들이 사회전반에서 일어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계 고등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무실에 학생들이 침입하여 성적을 변조하는 사건이 몇 해에 걸쳐 일어났다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이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헛고생이며 들러리에 불과하다.『서울대의 나라』의 저자인 강준만은 첫머리에 "서울대는 문화현상이며, 논리와 이성으로 격파 될 수 없다."라고 개탄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서울대패권주의'라고 규정하고 정ㆍ관ㆍ재계를 비롯해 언론계와 교육계까지 장악한 이들은 기존의 우월적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 '교육파시즘'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특별법과 같은 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잘못된 교육의 세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근대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과 학교는 교육을 목표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서구침탈과 일본의 식민지를 겪으며 지배논리로 시작되어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이어지면서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었다. 그래서 부모들의 교육열과 교육비투자 세계 1위이면서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학교가 150위에서 200위 사이에 머무는 기현상일 일어난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의 목표인 '인간의 행복'을 '경쟁과 학연 서열' 등으로 왜곡시켜서 다수의 국민들에게 주입시켰고, 그 결과 [좋은 대학=행복]이라는 문화현상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뇌된 부모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 빠져서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고, 평생을 자녀 학비를 벌어들이는 노예로 살면서도 "공부의 세계이외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져 버렸다. 마치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대학이 자녀의 인생에 행복을 준다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인생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내어 [좋은 대학=행복]이라는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