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사건과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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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사건과 통일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0.12.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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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 스님

나는 만해 한용운을 존경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유를 사랑하여 조선의 독립운동이 세계 인류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염원했고, 일체중생은 존재한다는 그것만으로도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을 절대평등의 존엄한 권리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는 보살행(菩薩行)은 지구를 넘어 삼천대천의 우주를 향한 자유의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을 두려워한다. 여기서의 두려움은 핵을 앞세운 최첨단의 군사력도 아니요, 총칼을 등에 업은 덩치 큰 경제력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 목숨 하나를 지키려는 나약함에서 오는 공포는 더욱 아니다. 오직 그들이 자행하고 있는 군사력에 의한 '야만적 무지의 폭력'이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이다.

나는 자존을 잃어버린 내 조국 대한민국과 무능한 내 자신을 걱정한다. 일본은 조선에 항복한 것이 아니라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연합군사령관인 맥아더의 '포고령 1호'에 의해 조선의 주권은 연합군에게 넘어갔고, 이어 조선을 분할 점령한 소련과 미국은 지금까지도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일본에게 빼앗겼던 국가 주권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지배전략에 저항하지 못하고 군사력에 굴복하고 경제에 종속당해 민족의 기개와 역사의 자존을 버리며, 스스로 비굴하여 독립의 완성인 통일에 대해 한목소리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간이 만들어낸 핵의 능력은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다만 나약한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서로 위협만 하고 있을 뿐 그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핵의 가공(可恐) 할 위력 때문에 어느 나라가 되었던 핵을 보유하는 순간 그 나라의 군사력은 패권국인 미국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자신들은 인류평화를 지키는 세계경찰 국가이므로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핵; 군사력]는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고, 이외의 국가에서 가지는 군사력으로서의 핵은 민주와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는 이중적 논리를 펼치며 핵무기 확산을 막고 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은 위와 같은 미국의 군사전략이 북한에 대해서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서,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통일운동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6.25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군사력으로 위협해왔고 급기야 경제봉쇄조처를 단행했으며, 소련의 붕괴로 북한은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와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경지 30%가 유실되는 자연재해를 입으면서 미국의 위협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으로서 핵을 선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연평도사건 직전에 공개한 플루토늄 분리기의 공개는 이전의 미사일실험과 인공위성발사와 함께 그동안 의혹수준에 머물렀던 북한이 핵이 기정사실로 되었고, 그로 인해 남북의 군사력비교는 물론 미국과의 군사력 차이는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논리나 이유가 필요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미국과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말로만 떠들 뿐이지 분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평도사건은 만해 한용운 당시 제국주의(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던 사회진화론의 '약육강식'의 논리와 이것의 연장선에서 자유를 강권(强勸)과 동일시하여 '생존투쟁 속의', '생존투쟁에 의한' 자유를 말했던 량치차오의 견해(박노자)와 같은 것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해야만 하는 '야만적 문명'의 불행한 결과이다.

만해 한용운은 위와 같은 '약육강식의 야만적 문명'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외물(外物)에 대한 얽매임이나 흐려진 의식 상태인 계박(繫縛)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을 통해 폭력 없는 자유와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한용운의 정신을 통일에 대비해 보면, '천안함, 연평도사건'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흡수통일 내지 군사대결의 구도는 자유라는 미명아래 끝없는 폭력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력대결과 흡수통일은 어느 한 쪽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통일이 아니라 지배논리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이 특수한 정치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그들 역시 기득권세력들의 항구집권이라는 정치적 속성에서 비롯되었고,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남북관계의 긴장' 내지 '좌ㆍ빨 논리'가 기득권세력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남북통일을 정치권에 맡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번 연평도 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 모두 만해 한용운이 역설했던 개인적 이익과 견해 즉, 계박으로 해탈하여 서로가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는 평등과 자유를 통한 통일논의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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