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를 울음소리로 흔들어 놓던
어린시절이 있었고
새 학기에 음악 책을 받으면
마지막장 까지 음표를 쏟아내야만
마침표를 찍곤 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흥얼거리면 뒤 따르는 아버지의 큰 호통소리
가고픈 길 보단 마음과 상관없이
피아노를 치며 꿈을 잊고 살아왔다
음(音)을 피아노로 옮기며 풀어낸 지난 시절
이제 노래로 꿈을 꾼다
누룩처럼 눌려왔던 몸속의 노래가
삐뚤거리는 치아 사이를 비집고
깊은 소리와 가벼운 비(鼻)음으로
길을 찾아 흘러나온다
기나긴 갈등의 길 위에 황혼이 두렵지 않은
돛을 띄웠다
연하디 연한 이파리로
시퍼렇게 담금질한 무쇠잎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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