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유능력을 가진 동물이다. 사유능력만큼이나 매우 종교적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고, 종교 역시 이상향의 세계가 투영된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자신을 무신론자 또는 무종교인이라고 소개하지만 그가 행복을 향한 사유와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그 역시 종교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종교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은 범죄함으로 신으로부터 추방당했다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신과 하나가 된다."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을 말하는 서양의 릴리젼(Religion)을 동양의 전통 종교(宗敎)와 같은 개념으로 착각하는데 원인이 있고, 서구침략의 문화사조에 길들여져 우리 것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의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종교라는 본래의 뜻은 글자그대로 '최고의 가르침', '최고의 행위'로서 '조상제례'와 '예의' 즉, 인간행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절대 믿음'을 근본으로 하는 릴리젼(Religion)을 종교(宗敎)로 번역한 것은 분명한 오역이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종교를 진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하여 학문․철학․종교의 구분 없이 서로 교류하며 수평적 입장에서 발전해 온 반면 서양에서는 릴리젼[종교]을 처음부터 진리라고 확증해 놓음으로서 언제나 철학과 학문에 대해 수직적 지배 관계에 있으며, 철학과 학문이 결코 논의 할 수 없는 불가침의 성역으로 자리해 왔다.
여기에 '전지전능'하고 '지고지선'하다는 신은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허상이며, 중생의 사유(믿음)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 객관의 사물을 구분하려는 분별지(分別智)로서 개인의 관념체계가 만들어 내는 번뇌라고 말하는 불교가 더해지면서 '무한․절대의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선악을 권계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이라고 정의 되는 종교의 의미는 사실상 동양종교라고 불리는 불교와 유교․도교의 가르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살펴보았듯이 현재 종교로 표현되는 형태들은 크게 '끝임 없이 진리를 체득해나가는 행위'와 '이미 진리를 확정해 놓고 그것을 믿는 행위' 그리고 앞의 두 가지 형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구분 할 수 있겠다. 불교에서 인과(因果)와 연기(緣起)를 진리로 확정 지워 놓고 있지만 이것을 체득하여 깨달음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믿음과는 구분된다.
이러한 종교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예를 들어보자.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유일신교에서는 기독교의 십계명에서처럼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와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같은 형태로서 믿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인간의 행위보다는 [믿음=선], [불신=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끝없이 이단의 논쟁이 일어나며, 힘의 우위에 있는 집단의 견해가 결국 '바른 믿음'이 되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해 나간다.
『명심보감』의 첫 구절은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는 공자의 말로 시작된다. 이것은 앞서 믿음이 최우선되는 사회에서 보다는 좀 더 인간행위에 중요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악의 심판자인 하늘[天]이 존재한다. 그래서 '예송논쟁'에서처럼 인간의 행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해서 명분싸움이 일어난다.
그리고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와 같이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는 자신에게 있다고 가르치는 불교와 같은 종교는 믿음의 대상이나 복(福)을 주는 절대자가 없으므로 대중들에게 쉽게 동의를 얻지 못하고, 사회현상 보다는 개인적 활동에 무게를 둔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종교의 가르침들은 문화의 토양으로서 인간행위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사회는 위와 같은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며 서로 간에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 한해를 설계하고 가족들이 모이는 새해 설날과 같은 명절에 겪는 '명절증후군'을 들 수 있으며, 전통문화의 말살에 해당하는 '사찰방화․불상파괴' '단군상 파괴' '단오제논란'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하겠다.
다문화의 문제는 자본(삶)을 따라 인력이 움직이게 되었고, 이주민들은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그래서 이주민들은 과거 제국주의 침략이 그러했듯이 자신들의 종교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문화우월을 주장해서는 안 되며, 자본을 목적으로 왔다면 그에 합당하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질서에 순응하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종교 갈등이 전통문화파괴로 이어지고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사회 역시 역사와 문화를 바로 이해하여 종교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 다문화운동에 나선다면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