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노점상 - 상인들 반목 커져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한창이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촉진하여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 지난 2004년에 제정한 재래시장육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홍성전통시장도 5일장이 서는 홍성읍 대교리 일원에 6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올해 말까지 주차장과 아케이드를 비롯한 약 74개의 점포가 밀집된 장옥이 신축되는 등 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부터 마늘전 일부에 임시시장 건축 착공을 시작했으며 기존의 장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생선, 야채, 호떡과 빵 등을 팔았던 노점상들이 졸지에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찐빵과 호떡을 팔던 김현옥(홍성읍)씨는 "팔순이 되는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난 40여 년 동안 난전에서 백발이 되도록 찐빵과 만두, 호떡을 만들어 팔았고, 2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함께 장사하고 있다"며 "신축할 장옥의 상인들에게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랜 시장의 역사이자 명소였던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일부 컨테이너의 출입구 방향을 조금만 바꿔 준다면 노점상이나 장옥상인들이나 모두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군청을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도 하고 군수를 만나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억울한 심정을 누차 강조했다.
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명민식 홍성군청 경제과 지역경제담당자는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대형할인마트와의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래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추억과 향수에 젖은 사람들의 비판의 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현대화사업은 시장을 찾는 군민들과 외지 방문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수요 확대의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나 행정상이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준공은 계획보다 더 늦춰질 것이며 혼란만 더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인 신축균(금동상회)씨는 "장옥 상인으로 컨테이너를 배정받았지만 출입구 앞에서 장사를 해 왔던 다른 노점상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자리를 옮겨 빅마트 앞에 임시 좌판을 설치하여 물건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노점에서 과일을 팔았던 오세창씨는 "시장의 현대화 사업에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 다만 우리 노점상들도 살 길은 마련해 줘야 하지 않는가? 컨테이너의 위치를 현재의 위치에서 30%정도만 안쪽으로 옮겨 설치하거나, 일부 컨테이너의 출입구 방향을 조금만 틀어 준다면 기존의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그러나 더욱 억울한 것은 군의 행정적 절차이다. 덜렁 현수막만 걸어놓고 우리에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무조건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우리도 군에 또박또박 세금 내며 홍성군민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군수가 인정하지 않는 군민이 되어버렸다"며 애써 울음을 참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상인 김성자씨는 "우리 같은 노점상들은 몸으로 먹고 산다. 홍성에서 나고 자라서 60평생 이렇게 살았다. 군에서 한 마디 상의만 해줬더라도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인과 군청, 또는 상인들끼리 갈등을 겪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업으로 수십 년 함께 살아왔던 장옥상인과 노점상인들 간의 반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군이 나서서 노점상들과 장옥상인들 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홍성군이 나서서 정리하지는 못할 망정 수수방관하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당장 먹고 살 방안이 없는 노점상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노점상을 도시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래시장의 전통 명맥을 잇고 기존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은 홍성군민으로서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도시들의 예를 들자면 기존의 노점상들을 다른 지정장소인 풍물거리나 저잣거리 등의 명칭으로 한 곳에 모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인들을 최대한 정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대한 접근은 경제적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재래시장의 활성화라는 정책적 측면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시장 상권이 주민과 함께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지역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역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공존과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할 때다.
획일화된 재래시장은 재미가 없다. 가격 흥정도 하고, 볼거리ㆍ먹거리가 넘쳐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맛에 먼 곳에서도 일부러 시골의 옛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도시 지역의 재래시장과 시골의 전통시장과는 다른 맥락으로의 접근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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