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골' 청소년 체력장 부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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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골' 청소년 체력장 부활해야 하나?
  • 정세인 디트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1.03.0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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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학생들 체력저하 대책 필요하다
청소년 체력이 미래 대한민국 경쟁력 좌우 학교체육 강화 필요


지난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 고교 학생들이 교복에 책가방을 갖고 등교하지 않는 날 중에 체력장을 실시하는 날도 끼어있었다. 선생님이나 기율부원들에게 복장검사를 엄격하게 받던 시절, 소풍과 운동회 등과 함께 체력장을 실시하는 날은 교복을 입지 않고 홀가분하게 운동복 차림으로 학교에 갔다. 그리곤 하루 종일 수업은 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종목 별로 체력검사를 받아야 했다.

책가방을 갖고 등교하지 않는다고 마음까지 홀가분한 것은 아니었다. 체력장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험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시기별로 변화는 있었지만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절대평가를 실시했다. 예를 들자면 1970년대에 실시했던 지금의 대학입학 수능시험 격이었던 예비고사는 총점 340점 중에 체력장 시험을 20점 만점으로 정해 놓고 등급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체력장 실시 종목은 처음엔 윗몸 앞으로 굽히기, 윗몸 일으키기, 왕복 달리기, 턱걸이, 던지기, 도움닫기 멀리뛰기, 100m 달리기, 오래달리기(남 1000m, 여800m) 등 8가지 였다. 그러다가 1979년부터 일부 종목을 변경해 100m 달리기, 제자리 멀리뛰기, 던지기, 윗몸 일으키기, 오래달리기, 턱걸이(남) 혹은 팔굽혀 매달리기(여) 등 6개 종목으로 축소해 실시했다.

이 중에서 달리기나 멀리뛰기, 윗몸 일으키기 등이야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던지기는 색다른 것이었다. 다름 아닌 수류탄을 던지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중학교 때는 고무공으로 던지다가 고교에 들어와서 수류탄 던지기로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쟁영화에서 보았던 다급한 표정의 군인들이 적을 향해 핀을 뽑아 던지던 그 인명 살상용 수류탄 모양이다. 비록 쇠 덩어리를 고무로 감싼 모조 수류탄이었지만 던질 때 마다 섬쩍지근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수류탄 던지기로 체력검사를 했던 과거 학창시절 체력장의 추억

수류탄 던지기가 대변하듯 체력장은 원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이 전쟁에 대비해 청소년의 체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37년 중일전쟁 이후 황국(皇國)의 건강한 신민(臣民)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국민 체력장'이란 것을 실시한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는 1968년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 사건 이후 도입됐으니 취지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학생들의 체력시험에 수류탄을 던지게 한 점만 보아도 전투력 강화 목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체력장을 폐지한 것은 대입은 1994년, 고입은 1997년이다. 20년을 넘겨 실시되다 이른바 문민정부에 들어와서야 없어진 것이다. 정치적인 흐름에서 보더라도 군부정권시절에 집중적으로 실시되다가 민간정부로 들어서면서 단계적으로 폐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투력을 감안한 운동능력 평가에서 순수 체력검사로 바꾼 것이다.

체력장의 목적이 전쟁을 염두에 둔 국민 체력 강화였다는 점에서 과거 실시했던 체력장은 무리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상급학교 입시에 반영하다 보니 오래달리기 등을 무리하게 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그렇지만 요즘 학생들의 체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 체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장 제도가 폐지된 이후 자란 세대들의 체력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정부에 들어와 체력장 폐지 이후 자란 세대 체력 저하 심각

문화체육관광부와 각급 교육청 등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학생들의 체격은 커지고 있으나 체력은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남자 중학교 2학년생의 2000년과 2009년 체격을 비교해 보면 키는 163.5㎝에서 165.2㎝로 1.7㎝ 커졌고, 몸무게는 55.5㎏에서 58.6㎏으로 무려 3.1㎏나 늘어났다. 여학생의 경우 저학년으로 갈수록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오래달리기와 단거리 달리기 등 지구력과 스피드를 측정하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2000년대 학생들에 비해 눈에 띄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오래달리기는 기록은 무려 50초나 느려졌고 제자리 멀리뛰기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의 능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청소년들의 체력이 이른바 '약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체력 측정이 상급학교 입시 등을 위한 성적에 반영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의 체력저하 현상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굳이 국민 체력이 국력이다'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창 커가는 청소년들이 약골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때문에 다시 학교에서 체력장을 부활해 입시에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체격은 커지고 있으나 체력은 약해지고 있는 학생들 체력장 부활 여론도

실정이 이런 데도 당국은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체육시간은 입시준비에 밀려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2004년부터 시작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수업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고교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체능 과목 중 체육 대신 음악이나 미술을 선택해도 되기 때문에 운동을 꺼리는 학생들은 체육수업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약골 학생들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춘기는 신체적으로 성숙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꾸준히 운동을 해서 기초체력을 다져놔야 성인이 되서도 이를 바탕으로 강건한 생활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약골로 자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면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지구력을 요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청소년들의 체력문제가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학생들의 체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과거처럼 전투력 강화를 염두에 둔 체력장을 부활할 수는 없을지라도 학교 체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체육시간을 실질적으로 체력을 향상시키는 시간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느슨한 체육정책은 입시에 밀려나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체육시간의 의무화나 체력을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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