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길
상태바
사랑의 길
  • 황정옥 시인
  • 승인 2011.03.04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리움으로 얼룩진 창밖에선 오늘도 흙 먼지바람이 분다
산 언덕 봉긋 솟아오른 높다란 까치집 하나 덩그러니
해지는 저녁 스산한 바람을 앞세워 분주히 제집을 찾아 날아들고

그늘진 산 아래 불 밝히는 가로등의 불빛들이
오랜 기다림처럼 하냥 쓸쓸하다

넓은 창 너머로 설핏 어스름 해지고 나니
풀어헤쳐 둔 가슴에도 어둠은 바삐 찾아들고
저녁 준비로 분주한 주방 안에는
알싸한 비릿한 비위가 속을 쓰리게 뒤흔드는데,

식탁 위 먹다가 만 생선 한 토막 말끔하게 발라낸 저 가시처럼
가시 박힌 내 삶의 길도 맛깔스럽게 잘 발라
내 삶의 가시마저도 담백하게
행복의 맛을 향취로 음미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손때 묻은 삶의 흔적마다
하얀 표백의 세제로 말갛게 헹궈낼 수만 있다면
고단한 일상의 무게 수고로 적셔진 곤고한 하루하루

살아가는 길마다
두리번거리며 애써 찾아야만 하는
저 어두운 터널 끝에 서 있는 행복의 길이나
에덴의 동산 꿈꾸는 소망의 나라로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면

사랑의 길,
두려움 없이
한 떨기 가시나무라도 향기로 꽃을 피우며
기쁨으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