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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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 정세인(디트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1.03.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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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는 대형 쓰나미가 국내 최대 휴양지인 해운대 일대를 휩쓸어 버리는 재난 영화다.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을 즐기던 인파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모습, 시가지로 밀려드는 물줄기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광안대교가 무너지는 영상 등은 흥미를 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인간의 처절한 장면은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스크린 앞에 불러들였다.

영화 해운대는 대형 재난을 전후로 벌어지는 평범한 서민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삶에 몰두하는 일상 속에 갑자기 시속 700km로 몰아닥친 거대한 쓰나미는 사랑과 갈등을 모두 휩쓸어 버린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든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작아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영화 해운대는 진도 8 이상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진도 8정도의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온 동네를 삽시간에 삼키고 시민들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도 충격적이었는데, 이번에 일본의 지진은 진도가 9라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시시각각 특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TV 화면을 보면서 자연의 재해 앞에 무력하기만 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한다.

대형 쓰나미가 부산을 휩쓴 영화 '해운대'의 충격적 영상
사상 최대의 지진이 강타한 일본 열도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모습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는가 하면 쓰나미가 휩쓸고 간 도시들은 폐허 그 자체다. 사망자와 실종자 등 인명 피해도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대다수 언론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최대 4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 현은 사망자가 만 명 단위가 될 것이라는 게 경찰 당국자의 설명이고 이미 해안 인근에서 시신 2천여구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와테 현의 리쿠젠다카다 시에서도 1만 7천여 명의 안부가 확인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진으로 인한 중상자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아 희생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지진은 인명 피해와 함께 일본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소니를 비롯한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고 복구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진발생으로 일본의 산업계 피해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일본 내의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돼 이를 복구하는데도 130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도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다.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폭발한 데 이어 14일 3호기도 폭발했다. 아직 방사능 대량 누출사태로는 진전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20km 이내 거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놓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면 피해는 일본을 넘어 주변국으로 퍼져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대지진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초토화 원전도 폭발 방사능 공포까지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에는 지진과 쓰나미의 안전지대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총 892회 발생했다. 한반도가 유라시아 판의 중심부 쪽에 있지만 일본의 대지진처럼 판의 경계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한다면 중심부로 힘이 전달돼 충격이 축적됐다가 대형 지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993년 7월 일본 훗카이도 오쿠시리 섬 서북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과 해일로 국내 해안지대에 3억9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 일본 열도가 막아주어 쓰나미가 한반도에 오지 않았지만 일본 열도 서쪽인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동해안까지 1시간 반 정도면 도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의 대지진을 바라보며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 또한 철저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지진 앞에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만약 우리나라에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피해규모는 얼마나 될까?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 채 가운데 내진설계 대상인 높이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 건물은 100만채에 이르고 있다. 이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6만여 채로 고작 16%에 불과하다. 내진설계가 된 건축물이라도 제대로 시공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규모 7정도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건물의 80%이상이 무너져 내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소방방재청이 서울 중구에 진도 6.5 정도의 강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놓고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7천7백여 명 사망에 10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경우도 심각해, 전국적으로 58만동이 반파나 전파되는 피해를 입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진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지금 일본이 가장 많이 걱정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총 21기의 상업 원전이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의 강국이다. 현재 진도 6.5의 지진에 견딜 정도의 내진설계가 되어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안전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지진 규모가 커지고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6.5 규모 지진에 초토화 우려 대비책 서둘러야
그동안 우리는 지진에 대해 딴 나라의 얘기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대비책도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도까지 5층 이상 아파트와 총면적 1만㎡ 이상 건축물에서 지난 2005년에야 지금의 3층 이상, 총면적 1000㎡로 강화했다. 그 전에 지은 건물들은 무방비상태로 남아 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이 2009년 국회에 제출된 이래 지금까지 계류하다 일본 지진에 놀라 11일에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자연의 재해는 언제 우리 앞에 닥칠지 모른다. 그동안 준비가 철저했던 일본이 대지진 앞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진과 관련한 피해 가능성이 있는 기반시설과 각종 건축물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안이했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들의 안전교육과 함께 필요하다면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등 총체적인 지진 방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자연현상을 모두 이해하고 예측할 수는 없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며 만약에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갖춰놓는 것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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