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있어서 주(主)와 객(客)이 분명해야 한다
상태바
역사에 있어서 주(主)와 객(客)이 분명해야 한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6.02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관(歷史觀)이란 말 그대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소위 말하는 ‘식민사관’은 식민 지배를 정당화시키고 식민지의 백성들이 순응하도록 교육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역사조작을 말한다.

홍성군은 홍주성복원을 시작으로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역사는 누가 ‘주(主)’가되고, 누가 ‘객(客)’이 되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예를 들면 ‘①늑대가 양을 잡아먹었다. ②늑대가 양으로 한 끼의 식사를 했다’는 분명히 같은 사건을 말하고 있지만 표현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역사의 기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중국과 소련(러시아)을 견제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두고 있다’는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진출을 막겠다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사력이 정의가 되는 외교관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의 역사인식 전반이 ㉮를 지지한다면 우리가 미군주둔비용을 부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지사용료를 받아야 마땅하며, 적어도 한미외교에 있어서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 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정책을 펼 수 있는 힘이 된다.

이처럼 홍성의 역사는 분명히 국가와 홍성이 주(主)가 되고 이외의 것이 객(客)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국가의 역사가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주(主)가 되는 용기 있는 지역사를 펼쳐가는 것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국사란 지역사의 총괄을 말한다. 그래서 애국 충절로 대표되는 홍성의 역사는 반드시 식민사관에서 탈피해 우리가 주(主)가 되는 참다운 역사관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은 향후 다른 지역의 본보기로서 홍성의 ‘역사바로세우기’가 ‘한국사바로세우기’가 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E.H Carr의 정의에 따르면 역사는 어떤 사실이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역사적 사실’과 ‘과거의 사실’로 구분되며, 이때의 구분은 역사학자의 자의적 해석에 의존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위의 ㉯와 같은 관점에서 보는 사실들이 ‘역사적 사실’이며, ㉮의 입장인 독립과 반미 등은 ‘과거의 사실’이 되어버렸다. 이는 올바른 ‘학문적 견해’라기보다는 친일·친미의 정치적 지배논리를 공급하는 출세지향적인 ‘역사주류’들이 아직도 신채호가 말하는 아(我)와 비아(非我)를 구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채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다”라고 정의하고 ‘아(我)가 비아(非我)와의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주장이 지속적으로 변하지 않고 대를 거쳐 상속되어야하고 그것이 널리 알려져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건국기념일’은 단군이래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아(我)의 입장에서는 상속성의 단절이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그대로 인수받은 미국이 선택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둔갑시키는 것은 보편성의 오류이다.

위를 전제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애국충절의 고향이며 항일독립운동의 시원이라는 홍성이 식민사관을 따르는 뉴라이트가 독립운동을 테러라고 매도해도 묵묵부답 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장교로서 독립군을 향해 총을 쏘아 대었던 백선엽·정일권·박정희 같은 인물들이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단체에 속한 홍성군 ‘재향군인회’는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김좌진장군의 나라사랑정신을 선양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역사가 이렇게 왜곡되고 있는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을 알만한 행정과 정치인들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단죄의 친일청산의 시기를 놓쳤다. 어떤 면에서는 조상의 잘못을 자손에게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선조의 친일부역에 대해서 반성하고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합리화시키고 있는 동안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홍성군이 큰 관심을 가지는 역사문화에 있어서 민족(국가)과 홍성이 주(主)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위에서 언급한 ‘재향군인회’는 만주국장교들인 친일파를 말하는 것이며, 국가를 위해서 피땀 흘린 충성스런 군인은 해당하지 않음을 밝혀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