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엄마가 학교에 오셨다. 다음날부터 “너의 엄마는 한쪽 눈이 없는 병신이야!”라고 놀림을 받았다. 늘 놀림거리였던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왜 엄마는 한쪽 눈이 없어?”
“나는 진짜 창피해 죽겠어!”
나는 평소하고 싶은 말을 해서인지 속이 후련했다. 그날 밤, 엄마가 숨을 죽이며 울고 있었다. 나는 한쪽 눈 없는 엄마도 싫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 너무도 싫어 악착같이 공부했다. 엄마 곁을 떠나 대학에 들어갔고, 세월은 빨라 결혼하여 내 집도 장만하고 아이도 생겼다.
이 행복이 깊어갈 때 쯤, 낯선 사람이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 엄마였다. 여전히 한쪽 눈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결혼하기 전 부인에게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장 나가요! 꺼지라 구요!” 그러자 엄마는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하고 어디론가 갔다.
‘역시 날 몰라보는 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어느 날 대문에 편지가 꽂혀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보아라! 엄마는 이제 살만큼 산 것 같구나. 이제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게. 너를 생각해서, 그리고 한쪽 눈이 없어서 정말로 너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렸을 때 네가 교통사고 나서 한쪽 눈을 잃었단다. 엄마는 그냥 볼 수가 없어서 내 눈을 주었단다. 그 눈으로 엄마대신 세상을 하나 더 봐주는 네가 너무 기특했단다. 난 너를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단다. 너를 너무도 많이 사랑한단다”
갑자기 어머니가 주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엄마! 사랑하는 내 엄마!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못해드리고, 좋은 음식 한번 못 사드리고, 좋은 옷 한 번도 입혀드리지 못했는데... 내가 눈 병신이어야 했는데, 이제야 못남을 알게 된 이 못난 놈... 어머니 용서해 주십시오. 어머니 죄송합니다. 지금껏 한 번도 들려드리지 못했던 말 불러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은 김석환 홍성군수가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자며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보낸 편지’(본지 5월 13일자 1면)에 이어 지난 1일 홍성군청 직원 조회에서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직원들에게 소개한 글이다. 김 군수는 이 글을 소개하며 “어버이의 사랑은 너무나도 큽니다. 여러분들 어버이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항상 마음에 모시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고 강조하고, 직원들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밝고 맑은 인성과 인격형성을 통해 주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모시는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투명하고 친절한 행정실현에 솔선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있는 내용이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