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평가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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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 평가 부작용 우려
  • 황순재(홍성고 2)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11.06.0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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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번에 시행된 중간고사에서는 처음으로 서술형 주관식 문제가 나왔으며 그 비율이 30%나 됐다. 작년에 주관식이 처음으로 시행됐을 때, 많은 학생들은 주관식 때문에 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떨어졌다고 걱정했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시험을 보고 나니 서술형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 과목도 있었지만 반대로 오른 과목도 있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서술형이다 보니까 채점하는 선생님들의 의도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거나, 뜻이 같더라도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답안을 작성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많이 달라진 것이다.

원래 서술형 주관식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답이 딱딱 나오는 객관식이나 단답형 주관식보다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직접 담을 수 있는 서술형 주관식을 보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서술형이 포함된 시험을 치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했던 서술형 주관식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형식의 주관식이라고 짐작했었는데, 학교에서 실시한 서술형 평가는 교과 내용만 달달 외우고 선생님께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내용만 열심히 암기하면 누구든지 맞을 수 있는, 길이만 길어진 단답형 주관식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4지선다형 평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서술형 평가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준비 없는 급격한 확대로 학생들만 고스란히 혼란과 피해를 보고 있다. 창의력이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서술형 주관식 평가가 이런 식으로만 시행된다면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단순 암기력을 기르는 평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서술형 주관식을 시행한 의도에서 벗어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받을 것이며 단순하게 외워야 하는 분량이 더 길어진다면 오히려 학습 의욕도 떨어뜨릴 것이다.

서술형이라는 것이 문제에 대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그 학생의 생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쓴 답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오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술형이라는 것이 채점하는 선생님의 주관에 따라서 학생이 쓴 답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에 의해 학생들을 변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수행평가로 대체하면서 출제되지 않았던 서술형 평가가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시행됨에 따라 현재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서술형 주관식을 학생의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포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차라리 수행평가와 같은 시험 외적인 것에 비중을 두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창의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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