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교육의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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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교육의 피해자이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7.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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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과 성추행교사의 이야기가 인터넷 메인에 올랐다.
교육은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이 한국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지 오래되었으나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없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는,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처럼 대대손손 이어지는 교육의 특성상 한 번 잘못 된 교육을 바로 잡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교육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기간의 몇 갑절만큼 국가의 미래는 우려되며, 이미 선생님의 체벌과 이에 항의와 폭력·법적대응으로 대처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행동 등은 잘못된 교육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체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도에 넘치는 체벌로 문제를 일으킨 선생님 역시 국가교육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학부모나 선생님 모두 인성이야 어찌되었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대학합격은 곧 교육의 전부가 된다. 이것은 교사가 되는 사범대학이나 교원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수단이며, 대학의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는 명문이 되고, 선생님과 관리자(교장·교감)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므로, 처음부터 장차 선생님으로서의 인성(적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정년을 4년 앞둔 평교사가 말하는 교육현실은 참으로 암담했다. 자신이 관리하는 공부방이 더러워서 “얘들아! 청소 좀 하고 살자”며 몸소 빗자루를 들라치면, 어찌 하나 같이 소위 명문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여 엉거주춤 들고서는 선생님의 비질이 지나가면 도로 그 자리에 앉아서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선생님 제가 할게요”하며 빗자루를 빼앗아드는 아이는 소신껏 자기적성에 맞는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명문대를 준비하는 학생의 인성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집에서나 학교·사회에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통용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성이 그렇게 자리 잡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사회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들을 ‘자기중심적’, ‘출세지향적’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서울대 식민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차관의 65%가량이 서울대 출신이다. 이처럼 서울대와 연·고대로 대표되는 명문대의 사회적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말하면 몇몇 대학의 학맥과 인맥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더 튼튼한 성벽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명문대의 많은 학생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선생님에게 자신의 엉덩이 밑까지 청소를 하라는 식으로 죽도록 공부만 하여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매우 불행하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소위 출세를 해야 가능한 청문회와 정치권의 ‘과거이력’ ‘재산형성’ ‘병역이력’ 등을 보면 그들의 개인적 양심과 사회적 도덕성은 매우 의심스럽다.

문제는 청문회에서 온갖 비리가 폭로되어 실각하고서도 여전히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공직을 유지하면서 주류로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집단에서는 청문회에서 밝혀진 비리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더욱 묘한 것은 이러한 주류 세력들에 저항하는 사회적 반동이 미미하며,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세계에 진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교육의 결과이다. 1등 이외에는 모두가 패자인 교육, 공부 잘하는 학생을 무조건 보호하는 학교생활 등등.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출세(공부 잘 하고)하고 힘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도록 길들여졌고, 심지어는 ‘출세도 못한 못난 놈이 감히 출세한 사람을 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당연시 되어 사회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우습게 되어 버렸다.

얼마 전 일시 귀국한 미국 알리바마 주립대학 이범석 교수는 아들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은 아이가 선생님께 채벌을 당하면 부모에게도 혼이 나므로 한국의 수업분위기와는 전혀 다름”을 전제로 대낮에 무차별 총격이 일어나고, 중학생이 마약을 배달하여 범법자가 되는 어두운 구석을 가진 미국이 여전히 세계최강을 유지하는 것은 건전한 학교교육과 우리보다 한발 앞선 학재 간 공동연구 등 교육의 힘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말했듯이 학교체벌 뿐만 아이라 모든 교육의 문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이며, 우리 사회의 문제 역시 잘못된 교육의 결과이다. 그래서 교육의 주체가 되는 학부모들이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교육의 미래 즉,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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