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부터 빈차로 시골길을 오갈 때마다 길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태워다주는 습관이 생겼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렵게 차를 기다리는 생각을 해서 또는 내가 차가 없을 때 기다리던 생각에서다. ‘어디까지 가시냐고, 어서 타시라’고 하여 병원에 가시는 분들은 병원 앞까지, 역전에 가신다는 분들은 역전까지 내 목적지를 돌아가면서까지 편하게 모셔다 드리곤 한다. 차를 타신 할머니는 극구 사양을 해도 담배라도 사 피우라며 천 원짜리 한 장을 던져 놓고 내리기도 하고, 모두들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하시며 고마움을 표시할 때 그럴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올봄도 여느 해처럼 4월은 식수의 계절이라서 바쁘게 결성 판교에 있는 농장에 가는 도중에 은하 금국리에 있는 장수원 앞을 지나가는데 여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끝내고 방금 나왔는지 한 학급 정도의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어 결성 방향에 서 있던 학생 3명에게 타라고 했다. 더블캡 화물차에 3명을 태우고 가는데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엉겹결에 탔던 학생들이라서 분위기가 어색한 것 같아 어디까지 가느냐고 뒤돌아보며 물었더니 뒷좌석에 타고 있는 학생이 내 얼굴을 보더니 “아저씨 차 세워주세요”라면서 차문을 여는 것이었다.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세우자마자 여학생들이 서둘러 내렸다. 그냥 서 있을 수 없어 서서히 차를 몰았다.
혼자 웃었다가 금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웃었다. 내가 내 인상을 생각하니 그럴 법도 하리라고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왔다. 봄내 찬바람과 봄빛에 그을린 얼굴에 바쁘다는 핑계로 면도까지 안한 얼굴에다가 말 그대로 산적 같은 몰골이었으니 학생들이 놀랄 수밖에… 나는 가끔 생각하기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0억 인류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이 개성 있게들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으신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는 일….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농장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판교 보건소 앞을 지나가 보니, 조금 전 내 차에서 내린 3명의 여학생이 어느새 버스를 타고 와 내렸는지 그 곳에 와 있었다. 나는 멋쩍은 얼굴에 모른 척하며 그 곳을 지나치는데 여학생들은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