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홍동 갓골에 새로 지어진 어떤 집 마당에 모여 있습니다. 그 집의 용처는 도서관이고 이름은 ‘밝맑’입니다. 이 집을 짓기 전에 이름이 먼저 있었습니다. ‘밝맑’은 도서관 이름으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고 큰 뜻 입니다. 그러니 밝맑도서관이야말로 세상에 더 없이 귀하고 중한 뜻으로 지어진 ‘뜻집’입니다. 그 집이 학교 안이 아니라 동네 한 가운데 있어 더 소중합니다. 동네 한가운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세는 담 높이고 문 닫고 사는 세상의 집들을 깨우는 죽비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 중요한 것은 다 ‘짓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밝맑도서관’이라는 새 집을 지었습니다. 그 집을 통해서 밝고 맑은 세상을 꿈꿉니다. 이름은 짓는 것보다 세상에 불릴 때 의미가 더욱 살아납니다. 그러니 도서관을 잘 쓰는 일은 이름을 잘 살리는 일입니다.
글과 시, 노래도 짓는다 합니다. 즐겁고 슬픈 노래는 삶을 위로합니다. 우리는 도서관을 지으며 세상에 필요한 글 한편, 노래를 한 곡 지은 것입니다. 그러니 도서관을 잘 쓰는 일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위해 노래하는 일입니다. 매일 먹는 밥도 짓는다 합니다. 우리는 도서관을 지으며 동네에 필요한 밥 한 그릇을 지은 것 입니다. 밥 짓는 일은 쉽고 흔한 듯 보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일입니다. 도서관을 지은 것은 세상을 위해 밥을 지은 것입니다. 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귀한 밥처럼 밝맑도서관이 세상의 허기를 면하게 하는 정신의 밥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근본을 이루는 농사도 짓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도서관을 지으며 농사를 지은 것 입니다. 다름 아닌 사람농사 입니다. 밝맑도서관이 사람농사를 짓는 논처럼 밭처럼 쓰이기를 소망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짓는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은 밝맑도서관이 노래짓고, 글 짓고, 책 짓고, 웃음 짓고, 짝 짓고, 농사짓고, 생각 짓는데 유용한 그릇이 되면 좋겠습니다.
밝맑도서관의 면적은 넓지 않고, 사용된 재료 또한 화려하지 않습니다. 빛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옹색하지 않고 누추하지 않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채로 나눈 것은 언덕에 있되 도드라지지 않고 동네와 조화되려는 자세입니다. 밝맑도서관은 그 시설면적에 비해 참으로 배짱 좋은 외부회랑과 마당을 마련했습니다.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장소로서의 밝맑도서관의 정신을 보여주는 중심공간을 외부에 마련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개발에 유용할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동네마당이 되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도서관의 중심을 외부로 끌어낸 그 빈 마당은 무한한 채움의 가능성을 위해 열려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새로운 마당입니다. 그 비움의 장치가 가능했던 것은 물질적인 도서관 한 채를 짓기 전에 세상을 껴안는 뜻과 정신을 먼저 품고 그렇게 살고계신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도서관을 짓느라고 고생하신 여러분, 도서관을 쓰실 여러분, 도서관이 내일도 잘 있을까 걱정하실 여러분, 여러분의 ‘건강’과 ‘복’도 같이 이 집처럼 잘 지어질 것입니다. 그 바람, 필시 밝고 맑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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