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인이 선진당에 등 돌린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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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이 선진당에 등 돌린 진짜 이유
  • 디트뉴스 김갑수 기자
  • 승인 2011.11.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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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해결 무력감, 지나친 이념 경직성, 말 뿐인 쇄신·개혁 등

제18대 총선을 통해 대전·충남 정가를 사실상 장악한 자유선진당이 불과 3년여 만에 존폐 위기를 맞게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충청인은 이미 자유선진당에 등을 돌린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지역 정가에서는 그 이유를 약 4, 5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세종시와 과학벨트 정국 무력감 노출… 지나친 이념 경직성도 문제
우선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정국에서 타 정당에 비해 가장 민첩한 대응을 보였음에도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무력감을 노출시켰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인사들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해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것도 “어느 정당이 정부여당과 제대로 싸울 것이냐?”에 대한 충청인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뒤 곧바로 진행된 과학벨트 정국에서도 자유선진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을 뿐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자유선진당을 지지해 줘야 충청인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그들만의 생각’이 된 지 오래다.

지나친 이념 경직성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8대 국회 개원 초기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자유선진당은 ‘검역주권’ 문제를 가장 먼저 치고 나오면서 주도권을 잡았었고, 이것이 결국 세대를 뛰어 넘는 공감대를 얻음으로써 두각을 나타냈었다.

말 뿐인 쇄신과 개혁…구성원 간 불신과 깊은 감정의 골도 문제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 등 잇따른 안보정국에서 지나치게 호전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원조 보수’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됐고, 지지층의 폭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으로는 잃은 게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18대 총선에서 나타난 대전·충남의 민심은 이념적 성향을 뛰어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자유선진당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감을 안겨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 뿐인 쇄신과 개혁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유선진당은 주요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을 입버릇처럼 밝혀왔지만, 과연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충청권을 대상으로 ‘쓴 소리 생생 토론회’까지 진행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고, 지난 5월 9일 이회창 대표의 사퇴 이후 우여곡절 끝에 심대평 대표 체제가 출범했음에도 당직인선은 ‘돌려막기’에 머물렀다.

입으로는 “인재영입”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은 없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 마디로 자유선진당은 창당 후 지금까지 ‘새 부대도, 새 술도 없는 정당’이란 얘기다.

충청기반 제3의 정치세력 인정 않으려는 구조적 한계도
자유선진당 구성원 간 불신과 감정의 골 역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 출범 초부터 생긴 ‘이회창 vs 심대평’ 갈등 구도가 사라졌다고 볼 수 없고, 통합 과정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기까지 했다.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깨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충청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서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실망감을 키운 셈이다.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지만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19대 총선 공천 문제는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어설픈 전국정당화 추진과 비전제시 부족, 정책적 차별성 미미 등도 또 다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제3의 정치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견제심리도 구조적인 한계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 정계 인사들과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철저하게 바뀌지 않을 경우 19대 총선을 계기로 충청권 기반 정당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트뉴스 김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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