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지난 21일 한미 FTA와 관련 “선(先) 대책이 안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내년도 총선에 불출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개방의 길로 가야 한다. 100년 전 그 뼈아팠던 쇄국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FTA는 제2의 개방이며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면 국제경쟁력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오죽하면 좌파정권의 수장인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자신을 ‘신자유주의적 좌파’라고 지칭하면서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우리가 가야할 개방의 길에서도 아픔을 겪어야 하는 국민이 있다면 정치인은 반드시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농축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심각한 타격을 입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나는 이번에 한미 FTA는 비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대책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비준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자유선진당의 당론을 정면 비판한 뒤 “찬성을 하되 지속적으로 보완대책을 요구해 가는 것이 개방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농축산인과 중소기업, 근로자 등 피해계층의 아픔과 고통을 책임 있게 계속 챙기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최근(5월 9일) 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우리 당의 대표로서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 해 온 만큼, 비준이 목전에 박두한 이 절박한 시점에 이르러 선 대책을 실현시키지 못한 채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면서 “이 책임을 통감하면서 제19대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까지 불출마 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내년 대선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그것은 이 자리에서 아직 말씀드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