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라일라에 대한 마크의 사랑, 자녀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었다. 우리는 보통 엄마의 사랑은 쉽게 느낀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부장적 사회구조로 인해 아빠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엄마는 상대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면 더 많은 아이들이 “엄마”라고 대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정은, 아빠의 사랑은 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남자라서, 아빠라서 제대로 표현하시지 못하는 사랑은 놀랍고 대단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남을 아이들을 위해 죽도록 노력해서 살아나는 사랑이 엄마의 사랑이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게 바로 아빠의 사랑이다.
아빠가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 계신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었다. 이젠 아빠와 문자하고 전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뒤늦게나마 아빠의 사랑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가족들이랑 바닷가를 간 일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아빠랑 걷다가 손을 잡았는데 더 거칠어진 아빠의 손이 느껴졌다. 굳은살이 박히고 거칠거칠한 손을 잡고 있으려니 어느새 오십 줄에 들어선 아빠의 연세가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2년 뒤면 나는 성인이 되고, 7년 뒤면 나는 사회인이 된다. 그리고 7년 뒤면 어느새 아빠는 50대 후반에 서 계시게 된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나는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시기인 나의 마지막 청소년기, 남은 일 년. 나는 아빠의 자랑이고 엄마의 희망이란 말을 믿는다. 아빠의 사랑을 알고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서 남은 일 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다.
김윤하 학생의 글을 읽으니 제 딸같이 살갑게 느껴지고 힘이 납니다.
요즘 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조금이나마 수그러들게 합니다.
김윤하 학생의건강한 사고에 감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