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YMCA 50년, 민주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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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YMCA 50년, 민주주의 역사”
  •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 승인 2019.10.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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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홍성장로교회에서 홍성YMCA 50주년 기념행사
지난 26일 홍성장로교회에 모인 ‘홍성 YMCA’ 50년 역사의 주역들.
지난 26일 홍성장로교회에 모인 ‘홍성 YMCA’ 50년 역사의 주역들.

김흥수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는 홍성YMCA의 50년 역사를 기념하고 있다”며 “홍성YMCA는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는 시기에 탄생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찾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는 ‘홍성YMCA 50년사’ 출판 기념회를 겸해 이루어졌다. 유요열 홍성 YMCA 이사장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언제라도 되풀이 된다’는 격언의 의미를 우리는 지금 일본의 역사왜곡 사태를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지우려는 그들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더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반에 공개된 ‘홍성YMCA 50년사’에 따르면 홍성YMCA는 지난 1969년 양만형(1942~1988) 씨가 초대 총무를 맡으며 출범했다. 전국 군단위에서는 해남에 이어 두 번째, 충남에서는 최초로 YMCA가 탄생한 것이다.

홍성YMCA는 출범 직후 지역사회의 현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1980년대에는 홍성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투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홍성YMCA 농민회는 홍성군 농민회를 창설하는 배경이 됐다. 또 홍성YMCA는 지난 1988년 12월 ‘홍성신문’을 창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홍성신문’을 창간 멤버인 고광성 전 홍성신문 발행인, 이번영 전 홍성신문 편집국장, 조성미 전 홍성신문 기자 등이 대표적인 ‘홍성YMCA 사람들’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한 ‘87항쟁’의 도화선은 이미 지역에서부터 당겨지고 있었다. 실제로 홍성Y역사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한 ‘현직 교사’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홍성YMC50년사’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록도 담겨 있다.

지난 1984년 11월 24일 홍성YMCA에는 홍성YMCA 중등교육자회가 설립됐다. 김현자(풀무농고), 박경이(예산여고), 이순덕(예산여고), 이우경(갈산고), 민병성(홍성중), 한정선(삽교고) 등이 창립회원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이들 교사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1985년 8월, 홍성중학교와 홍성여중 교사들은 ‘당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YMCA중등교육자회, 놀이패에 가입하지 않을 말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각서를 써서 제출할 것을 강요받았다.

급기야 다음해인 1986년 1월 충남도교육감은 홍성YMCA 중등 교육자회에서 발간한 회보 내용을 문제 삼으며 탈퇴를 종용했다. 당시 충남도교육감은 “YMCA중등교육자회를 조직하고 활동한 예산고 교사 박경이 외 9명은 1984년 11월부터 85년 7월까지 6회에 걸쳐 회보를 발간 배포했다. 그 가운데 제도교육, 교사주변, 보충수업지도 등 현직 교원으로 우리나라 교육정책과 현실을 왜곡 비판하고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게재 발표했다”고 적었다.

결국 민병성·이우경 등을 비롯한 홍성YMCA중등교육자회 소속 교사들 중 상당수는 타 지역으로 전보 조치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1987년 서울 광화문에서는 ‘87항쟁’이 일어났다. 전두환 군사정권도 87항쟁과 함께 막을 내렸다. 홍성Y의 역사는 그렇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

‘홍성YMCA50년사’ 집필 작업에는 조성미 편집위원장, 유요열 이사장, 고광성, 유재중, 정형영, 정창석 이사, 이번영 전 이사와 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정재영(31) 홍성YMCA 사무총장은 “지금이 아니면 홍성Y의 역사를 정리할 기회를 영영 잃을 것 같은 위기감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1년 반 동안 책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았다”며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역사의 그날, 그 자리에 수많은 분들이 있어준 것,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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