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농업분야) 개도국 특혜 주장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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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농업분야) 개도국 특혜 주장 않는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10.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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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미국산 농산물 추가개방압력… “식량주권을 빼앗겼다”
정부, ‘공익형직불제’ 농작물 전체로 확대… 유통구조 바꿀 것

정부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향후 무역 협상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내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최근 WTO 내 주요국들이 발전수준이 높은 나라가 개도국 특혜를 받고 있다며, 개선을 계속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거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부유한 나라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우리나라 등 모두 11개국이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과 처지가 비슷한 싱가포르와 브라질도 이미 개도국 지위를 내놔, 한국만 유지하는 건 실익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컸다”며 “다만 쌀 등 우리 농업의 민감 품목은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협상에 임한다는 전제하에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에 미리 대비하고 이번 결정을 계기로 우리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식량주권을 빼앗겼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 농업은 아직 선진국 수준이 아닌데, 앞으로 수입 압박만 더욱 커질 것이란 게 농민들의 우려다.

고문삼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업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영세하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개도국)유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당장 변화가 없을 거라지만, 강대국의 통상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게 농민들의 우려 섞인 판단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홍성군연합회 문기환 사무국장은 “한국 농업이 자유경쟁시장에 내몰리면 고령의 농민들이 대부분인 한국 농업은 도태될 것”이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WTO  내 다른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안정적 소득을 위한 ‘공익형직불제’를 마련해 내년에 2조2천억 원을 투입하고, 우리 농산물을 적극 소비하도록 유통 구조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식량 주권’의 상징인 쌀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이미 직불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논 면적에 비례해 일정한 수입을 제공하는 ‘고정형’과 쌀 목표가에 맞춰 수입을 보전하는 ‘변동형’으로 나뉜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는 소규모 농민에게 불리한 데다, 쌀에만 지원이 너무 치우쳐 쌀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농작물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영호 공익형 직불제 관철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보도를 통해 “축산에 초지같은 데는 직불금이 나가지도 않는다”면서 “지금 대농들만 이익을 보고 있는데, 그 부분을 평등하게 소농들에게 좀더 주자”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직불제’는 직불금 적용 대상을 농작물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소규모 농가일수록 보조금 지원을 늘리고, 벼농사 위주였던 지원을 다변화해 농업 체질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공익형 직불금은 WTO에서 감축해야 하는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앞으로의 통상 문제를 돌파할 해법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홍 경제부총리는 “직불금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국회 파행으로 1년째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올해 안에 법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농민단체들은 관련 예산을 올해의 2배 수준으로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을 줄이고,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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