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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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이성은<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 승인 2020.07.2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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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중략)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후략).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온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그것이 미친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를 두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 사회적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인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만남을 차단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극복하고 밀어내야 할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위의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서는 ‘참아내다’는 뜻을 가진 ‘견디다’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낯설다. 시인은 그리스 신화 나르시소스의 수선화를 모티브로 하여, 모든 인간을 상징하는 수선화에게 삶 자체가 외로움의 연속이니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외로움과 무기력감과 약간의 어지럼증으로 몇 달을 지냈던 것 같다. 일종의 코로나 블루의 초기 증상이랄까. 센터는 휴관 중이었고, 찾아가는 상담을 중단하고 사무실 안에서만 근무했었다. 청소년 내담자들도 예기치 않게 방학이 길어졌고,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고자 연락을 하면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후 오랜 방학을 겨우 마칠 수 있었던 청소년들을 다시 만나면서 상담의 주 호소문제에 있어서 변화가 생겼음을 느끼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또래관계가 청소년들의 주된 고민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족간의 갈등이나 우울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코로나 블루’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따르면 최근 상담 호소문제 영역 중 ‘가족’ 관련 상담은 지난해 대비 45.3%,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전년대비 23.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학 후 위와 같은 이유로 찾아온 내담자들이 상대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나자 가족간의 갈등이 덜해지고 자연스럽게 우울감이 덜 느껴진다고 많은 경우 스스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서울·수도권과 대전, 광주 등의 지역은 여러 센터들이 다시 휴관중이고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제 몇 년이 지나면 그렇게 어설프기 그지없던 화상상담이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마음에도 백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것을 심리방역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함으로 정서적인 환기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필자도 코로나 이후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저녁 걷기 운동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키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가족단위로 다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밤공기가 시원해지면 여느 때처럼 남편과 함께 걸어야겠다. 그리고 다녀온 후에는 드뷔시의 ‘달빛’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 연주 동영상을 감상할 것이다. 이번 주말엔 그렇게 감상했던 곡들을 피아노로 연습할 계획이다. 그리고 귀찮아서 실제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변명하며 그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전화 및 문자와 카톡, SNS등에서의 대화에 좀 더 세심한 반응을 하자고 다짐해본다. 이렇게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감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당신은 현재와 미래의 삶에서 외로움을 견디게 할 수 있는 당신만의 비법을 가지고 있는가?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이성은<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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