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희수(喜壽)의 축배(祝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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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희수(喜壽)의 축배(祝杯)’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0.08.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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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의 희수인 77세 축하연에 초대를 받아서 건강과 행복을 비는 축배를 들었다. 원래 77세는 행운의 숫자인 7이 겹쳐서 좋고 과거 1900년대 평균수명이 50여세인 때를 생각하여 오래 살아서 기쁘다는 뜻에서 기쁠 희(喜)자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77세를 장수했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매년 하나씩 늘어가는 나이가 모두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자가 말하는 학문에 뜻을 둔다는 15세인 지학(志學)을 비롯해 과거에 혼기에 이른 여자의 나이 16세인 과년(瓜年)이 있고 남자의 나이인 약관(弱冠)이 있다. 또한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40세, 천명을 아는 50세,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는 이순(耳順)인 60세, 회갑(回甲)인 61세, 진갑(進甲)인 62세와 옛날에는 70세를 사는 것이 드물다 해서 고희(古稀)에 이어 77세가 있다.

인생의 황혼기가 되는 80은 산수(傘壽)이고 85세 이후가 되면 90세를 바라본다는 뜻에서 망구(望九)라 하며 88세는 미수(米壽-八十八), 90은 졸수(卒壽), 99세는 백수(白壽)이며 100세는 상수(上壽)라고 한다. 이쯤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남은 세월이 어느 정도인가 계산해 볼 수 있고 어떤 이는 자기의 나이를 아파트 층수로 계산하라고 한다.

지금은 고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리하지만 과거에는 자기 나이만큼의 힘든 삶을 살아 왔기에 파란만장한 인생이라고도 했다. 또한 가감승제의 인생 계산법에서 가(加): 복에 복을 더하고, 감(減): 나이는 해마다 빼고, 승(乘): 돈은 곱하고, 제(除): 기쁨은 서로 나눠 누리라는 뜻도 있다.

한편 사람들의 나이에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나이로 구분하며 정신적인 나이가 신체적인 나이에 못 미치면 유치하다고 한다. 요즈음 흔히 하는 말 가운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말은 해마다 저절로 늘어가는 신체나이를 말하기보다 나이와 무관하게 열정적으로 보람 있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결국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에서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간다네!’에서처럼 늙음은 신체적인 노화보다 꿈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날에는 노인들이 여러 기관에 다니면서 그간 못 배운 것을 배우고 취미생활을 통해서 활력을 찾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얼굴에 생기는 주름살은 지금까지 살아 온 이력서이고 그동안 힘들게 살아 온 역경은 인생 경력이 된다고 했다. 그럼으로 흔히 말하는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돈이 많은 부자라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이라는 말은 착하고 의미 있게 산다는 것으로 성공의 의미와 가치관도 다른 것이다.

2020년 새해에 희망찬 첫 출발을 했는데, 어느덧 금년도 3분의 2가 지나고 3분의 1이 남은 시점에서 난데없이 출현해서 우리네 삶을 엄습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코로나19와 갑자기 몰아친 폭우에 인명과 재산을 송두리 채 빼앗긴 이들을 위로하며 가수 임영웅이 부르는 보랏빛 엽서의 가사처럼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이 될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섬인 ‘그래도’로 자위하며 오늘의 아픔과 슬픔을 참고 견디고 버텨 나가야 하겠다.

결코 하늘이 무심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 같으며 우리들에게는 고난극복에 대한 지혜와 저력이 있기에 내일의 희망봉을 향해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야 한다. 100세 고지를 향해서 손에 손잡고 걸어야 하며 빨리 가기 위해서는 혼자 가고 멀리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고 했듯이 함께 힘을 모아 승리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인은 하나씩 늘어가는 나이를 떨어지는 낙엽으로 세지 말고 한 명씩 늘어가는 친구로 세라고 했다. 그래서 2020년이 끝나는 12월 31일에 걸어 온 발자취를 뒤돌아 볼 때 잘 살았노라 안도하며 다가올 2021년을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희수를 맞이한 분에게 만수무강을 빌며 행복보다 더 좋은 파랑새의 행운을 누리기 바라면서…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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