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순 할머니 〈천태리 서낭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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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순 할머니 〈천태리 서낭나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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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2〉
정화순(83)   천태리 서당나무  싸인펜
정화순(83) 〈천태리 서당나무 싸인펜

장곡면 천태1리 어르신들을 다시 뵙게 됐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동안 그림을 그린 스케치북을 품에 안고 달려 나오셨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오랫동안 바깥출입을 못하셨으니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먼저 그동안 집에서 그린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아무 것도 못 그렸어’ 하시면서도 주섬주섬 내어 놓으시는데 스케치북 두 세권씩은 그리셨습니다. ‘헐 줄을 알아야지 허지! ‘잠이 안 올 때 하니까 좋기는 허더라고!’  ‘더 가느다란 펜이 있었으면 좋컸더먼! 그나저나 다 썼당께!’ ‘당최 생각이 나야 뭘 하지!’ 하시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소감을 말씀했습니다.  

위 그림은 83세 정화순 할머니의 그림입니다. 채색은 수성 싸인펜으로 했습니다. 정화순 할머니는 먼젓번에는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먼젓번에 할머니들의 대표역할을 하셨던 정옥희 할머니는 정화순 할머니가 참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펜과 스케치북을 따로 챙겨서 집으로 가져다 드렸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못 오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 갖다 주게 이것(펜, 스케치북) 좀 줄 수 있댜?’ 하셨습니다. 

정화순 할머니의 그림은 색채가 생생하고 선이 활달하면서도 자유롭습니다. 나무가 크게 한그루 그려져 있고 꽃과 집, 꼬리가 긴 닭이 그려져 있습니다. 선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다가 흩어졌고 하늘에는 새 한마라가 너울너울 날아가고 있습니다. 나무는 천태리 어르신들 모두가 사랑하는 천태리의 서낭나무, 수령 400년의 소나무일 것입니다. 색채가 생생하고 선이 활달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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