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할아버지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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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선 할아버지의 〈은행나무〉
  • 전만성
  • 승인 2020.10.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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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3〉

정창선 할아버지는 84세이십니다. 천태 1리 마을에는 정창선 할아버지와 동갑이신 84세 어르신이 여러분 계십니다. 지금은 코로나19 감염병이 돌아 할 수 없지만 병이 돌기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동갑내기끼리 점심을 드시러 마을 밖으로 나가셨다고 합니다. 정창선 할아버지는 트럭 운전을 하시는데 그 일을 하실만큼 기력도,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또한 할아버지는 장난하는 것도 좋아하십니다. 동갑내기 할머니들과 마주 앉아 ‘오빠’라도 부르라고 하십니다. ‘화순이? 내 동생 이름인데!’하고 정화순 할머니에게 장난을 거십니다. ‘호적이 잘 못 되서 그렇다’고 할머니들은 항의를 하시지만 ‘호적이 인정됐으면 내가 오빠여!’ 하고 장난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할아버지는 다른 분들과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리십니다. 접시, 반듯한 물건을 활용해 원과 직선을 그리고 원과 원이 겹쳐서, 또는 선과 선이 교차하여 무늬가 되게 합니다. 색깔 있는 펜으로 ‘기하형태’ 라고 하는 형태를 그리시는데 현대 화가의 작품을 볼 때와 같이 세련미를 느끼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그리신 그림 중에 가장 서정적인 작품이 위의〈은행나무〉입니다. 할아버지의 집 마당가에 은행나무가 있다고 하십니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서 주위를 환하게 밝히던 은행나무가 정창선 할아버지의 마음 속 깊이 새겨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은행 없이 대사를 치룰 수 있었나!’ 하실 만큼 은행나무는 꼭 필요한 나무였습니다.   
밑둥이 굵은 것을 보면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은행나무 줄기와 같은 고동색을 칠한 바닥은 마당일 것입니다. 마당 한 쪽에 서서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계절이 바뀌거나 변함없이 한 집안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는 노거수는 정창선 할아버지의 마음의 기둥일 것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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