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분 할머니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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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분 할머니 〈꽃밭〉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1.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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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4〉

김기분 할머니와는 작년 여름부터 세 차례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년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셔서 참 다행이다. 생각되었습니다. ‘가을 날씨와 노인 건강은 믿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노인은 순식간에 건강이 나빠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라는 말이겠지요.     

작년에는 밀알교회 기도실에서 8분의 어르신들과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교회 앞을 지날 때마다 올라가보고 싶었던 교회를 어르신들 덕분에 한 달 동안 올라 다니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아침마다 아무도 없는 교회마당에서 노랑 루드베키아 꽃만이 반겨 주었습니다. 햇살을 받은 노랑 루드베키아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생글거렸습니다. 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르신들을 태운 자동차가 당도하였습니다. 한 대는 정예화 선생님의 자동차, 또 한 대는 장옥자 선생님의 자동차였습니다. 두 분이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뒷바라지를 하시니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림그리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노랑 루드베키아 꽃 앞을 지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보라색 적삼을 입고 계셨던 김기분 할머니의 모습은 어찌나 곱던지요! 아드님과 친분이 있다고 나를 아들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애호박도 갖다 주시고 과줄도 들고 오셔서 그림 그리는 상에 펼쳐 놓으셨습니다. 그렇게 한 여름을 재미있게 지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별일 없으셨죠? 어르신!’ 하고 인사를 드리니 팔을 벌려 안아 주십니다.  ‘그림은 잘 못 그려!’ 하시며 먼저 양해를 구하기도 하십니다. ‘못 그려도 돼요. 재미있게 지내시면 돼요.’ 하고 안심을 시켜드리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김기분 할머니는 아주 천천히 그림을 그리십니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쓱쓱 하실 수가 없으십니다. 몸을 움직이기보다 생각을 더 길게 오래 하십니다. 시댁 어르신들을 모시느라 몸에 밴 습관이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어느새 도화지 가득 꽃송이를 그려 놓으셨습니다. 노랑, 빨강, 주황, 초록이 섞여 색채 그대로가 꽃이 됐습니다. ‘하이고! 언제 이렇게 그리셨나?’ 하고 장난을 하면 ‘호호호’ 웃으십니다. ‘이러다가 화가 되겠네. 정말 잘 하신다!’ 하고 호들갑을 떨면 ‘비행기 태우지 말어!’ 하고 부끄러워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칭찬 한마디에도 매우 즐거워하십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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