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 할머니 〈봉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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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희 할머니 〈봉숭아〉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2.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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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8〉
정옥희·<봉숭아>·36x26cm·싸인펜.

정옥희 할머니의 별호는 ‘반장’입니다. 주위 분들을 아울러 뭐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한 번 하고자 한 것을 틀림없이 해내시는 것을 보고 내가 붙여 드린 별명입니다. 정옥희 할머니는 ‘반장님! 반장님!’하고 불러도 반응을 하시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딸들은 내가 무섭댜!’ 하고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옥희 어르신의 경우 바르고 틀림없는 성품을 따님들이 ‘무섭다’ 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정옥희 어르신은 친구 또한 잘 챙기십니다. 친구 분을 무조건 믿고 지지하는 걸 보면 보통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는 분 중에 정화순 할머니가 정옥희 할머니의 친구입니다. 84세나 되신 할머니들끼리 ‘친구’라 하시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는데 정화순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며 행동을 무조건 믿고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우정’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옥희 할머니는 꽃을 많이 그리십니다. ‘무슨 꽃이에요?’ 하고 여쭈어보면 ‘물러! 기냥 그렸어!’ 하고 눙치십니다. 아마도 한창 때 보았던 마음속의 꽃일 것입니다. 새도 자주 그리십니다. 공작새, 파랑새와 같이 환상적인 새를 그리시는데 새들은 서로 마주 보거나 나란히 서 있습니다. 색채도 표정도 행복해 보이는 걸 보면 정옥희 할머니도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옥희 할머니의 〈봉숭아〉 그림은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편 것처럼 그리셨습니다. 벌, 나비가 한 마리씩 있고 새도 한 마리 있습니다. 남색, 진분홍, 주황, 연두색이 어울려 기분을 좋게 합니다. 정옥희 할머니는 분홍색, 하늘색, 연두와 같이 밝은 색을 주로 쓰시는데 우연 같지만은 않고 할머니 마음의 반영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봉숭아〉 또한 실재 봉숭아를 보고 그리셨기 보다는 할머니 마음속 영상을 따라 그리신 것 같습니다. 

정옥희 할머니의 마음 속 영상을 그린 그림 중에 인상적인 그림은 모란 병풍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TV에 나온 모란 병풍을 보고 그리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림을 보니 모란을 좋아하는 정옥희 할머니의 마음만은 알 것 같았습니다. 마음에 풍요롭고 탐스런 꽃을 품고 계셨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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