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상태바
삼각관계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2.04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물체는 기울어짐 없는 평행(homeost ais)을 유지할 때 안정감이 생기고 비로소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계속 삐거덕 대고 불안정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받침목을 넣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모습은 가족체계에서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에도 안정이 없으면 사람이나 취미, 동물 등을 통해 삼각관계를 형성해 균형감각을 유지하려 한다.  

S는 여대생이다. 성인이 되던 해, 직장생활을 하던 아빠의 몸과 마음의 질병이 매우 심각해져 병원에 입원해야 할 상황이 됐다. 입원 수속을 밟던 중 간호사가 두 사람의 보호자 사인을 요구했다. S는 엄마와 함께 얼떨결에 자필 서명을 했고, 아버지는 몇 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때부터 S는 아버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힘들어하는 S의 행동을 보다 못한 엄마가 심리 상담을 받도록 안내했다. S는 상담을 받으면서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마음의 짐들이 팽팽했던 고무풍선의 압력이 조금씩 빠져나가듯, 두려움의 덩어리가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는 S가 어렸을 때부터 아팠고, 엄마와 잦은 갈등이 있었다. S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엄마는 아빠에게 쏟았던 관심을 S에게 돌렸고, 특히 학교 성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때부터 S는 다한증이 발병했고, 지금도 불안이 올라오면 손과 발이 땀으로 축축해진다고 했다. S의 기억 속에 아빠는 늘 TV를 시청하거나 잠자는 사람, 매일매일 약을 한 웅큼씩 먹는 사람,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함께 외식을 하거나 놀이동산에 가는 등의 좋은 추억이 S의 기억에는 거의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아빠가 퇴근할 때마다 검은 봉지에 과일을 사 오셔서 집에는 항상 과일이 풍성했고, 밥 대신 과일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했지만, 이것이 아빠의 사랑법이 아니었나 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아빠는 S가 외식을 하고 들어오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업로드 해서 지인들에게 소개했다. S는 아빠에게 페이스북에 왜 사진을 올리는지 물었다. 행복한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하셨다. 온 가족이 함께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아빠의 요구가 낮설었지만,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을 제공하기 위해 S는 간헐적으로 다양한 연기를 취하곤 한다. 

보웬 가족치료(Bowenian Family)에서 말하는 삼각관계는 가족 내 두 구성원의 불안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한 명의 가족원을 개입시켜 세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일컫는다. 실제적으로 가족 간 삼각관계는 부모, 자식 간 자기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많은 개입과 침투가 수반된다. 이러한 가족구조에서 자녀는 한쪽 부모와 정서적으로 융합된 상태에 있으므로 부모의 불안을 더 쉽게 경험하며, 이는 실제로 부모의 불안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특성에 근거해 가족치료자인 보웬(Bowen)은 자신과 관련된 삼각관계를 인식하고 탈삼각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항상 갈등하던 아빠와 엄마의 관심이 S에게 맞춰지면서 공식적으로는 부부간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정서적인 소원함(distance)이고,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S의 아빠는 엄마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않기 때문에 엄마는 모든 관심을 S에게 쏟아 붓고, S가 없이는 유희를 즐기지 못하는 것 또한 지나친 의존이다. 고무풍선이 터지는 이유는 그 부분이 약해서인 경우도 있지만 풍선 속에 압력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S의 경우 부모와의 삼각관계는 어린 시절에는 다한증으로, 그리고 지금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 사람이 친한 경우를 삼총사라고 한다. 세 명이서 친할 때 두 명이 더 친하고 한 명이 소외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소외나 따돌림은 일시적이며 짝은 항상 바뀔 수 있다. 두 명이 친하면 한 명은 소외되지 않기 위해 긴장한다. 이렇듯 우리는 삼각관계에서 문제를 낳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며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삼각관계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관계맺음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웬은 우리들이 어떻게 삼각관계로부터 벗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삼각관계 속에서 처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 말이 되새김질 되는 날이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