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기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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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기피하는가?
  • 김민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5.06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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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피임과 낙태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시부모의 강권으로 아이를 안 낳을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부부가 합의해 자녀의 수를 결정하고 피임과 낙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의 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말은 자녀를 비용과 편익을 감안해 선택하는 일종의 ‘재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정의 자녀의 수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수요는 일반 재화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자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녀에 대한 한계편익은 감소한다.

반면에 자녀를 하나 더 키울 때마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일정하다. 부부의 자녀의 수는 이 수요와 비용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된다.

자녀에 대한 수요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첫째, 부모의 개인적 특성, 즉 나이, 건강상태, 교육수준, 직업, 소득 수준, 종교, 가치관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져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수요는 낮아지게 된다. 계속 늦어지는 결혼 연령이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둘째, 노동력으로서의 자녀 역할이 중요한 경우, 자녀에 대한 수요는 농기계와 같은 대체적인 생산도구의 이용이 쉬워질수록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에는 농기계가 발달하고 외국인노동자가 증가해 자녀가 부모의 일손을 돕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경우 수요는 하락하게 된다.

셋째, 노후에 대한 사회보장이 잘 될수록 자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했으므로 자녀는 부모의 노후대책이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으로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부모는 거의 없으므로 수요는 하락하게 된다. 각종 연금과 노령수당, 의료지원, 요양보호 등의 수많은 복지제도는 자녀를 필요 없게 만드는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이다.

이상과 같은 세가지 요인 외에도, 소득수준은 자녀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부모의 소득수준은 부양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수요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도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자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 비용은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여성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클수록 두드러진다. 전문직 여성이나 성공한 여성, 고소득 여성들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욕구와 직결돼 있는데, 고소득자일수록 주거ㆍ식생활 환경이 좋기 때문에 생리적 욕구의 충족도가 높으며, 경제적 욕구의 충족도도 높다.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존중의 욕구도 충족하기 쉬우며, 자아실현도 용이하다. 소득이 높으면 이성을 만나는 것도 용이하다. 이렇게 욕구의 충족도가 높을수록 자녀의 수요는 낮아지게 된다. 이미 대부분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통해 욕구를 충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낳을 필요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고소득자는 자신들의 시간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양육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른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이미 대부분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얻어지는 이익이 적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고소득자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사회에서 제공하는 안전, 교육, 의료, 교통,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은 누리면서, 후세 양육이라는 주요한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소득 독신자 또는 딩크족이라고 하는 무자녀 부부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원래 모든 인간은 지독하게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애써 외면하는 것과 이기적인 인간이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제도가 없음을 탓해야 한다.

 

김민식 <두리저출산연구소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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