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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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유감
  • 한건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10.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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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은 일제로부터 빼앗긴 우리나라의 독립을 주창하고 쟁취하려는 정치적 운동을 말한다. 역사적으로는 19세기 말경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여러 강대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우리나라의 자주성과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일어났던 민족운동을 의미한다. 

그 민족운동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 안과 밖에서 자신의 목숨을 던져 독립을 위해 애쓴 분들을 ‘독립운동가’라고 한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충남의 독립유공자는 1567명으로 경북의 2325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중 충남의 독립유공자 중 내포지역의 유공자를 살펴보면 청양 247명, 홍성 246명, 서산 185명, 아산 137명, 예산 86명, 보령 44명 순으로 총 945명에 달한다. 청양과 홍성은 경북 안동 다음으로 독립운동가가 많은 지자체이다.

충남도청 소재지인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에 보훈공원과 보훈관이 만들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훈공원에 지난해 조성된 독립운동가 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2021년 10월 현재 충남의 독립유공자 포상훈격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으신 분은 총 4명(일단 유관순은 제외함)을 보면 홍성의 한용운과 김좌진, 예산의 윤봉길 그리고 부여의 임병직이다. 포상훈격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으신 분은 총 4명 민종식, 천안의 이동녕, 서천의 이상재, 태안의 이종일이다. 그리고 독립유공자 포상훈격 3등급인 독립장을 받으신 분은 김복한과 유관순을 포함 총 52명이다.

독립운동가 거리는 태극기 모양을 모티브로 중심에는 태극무늬를 들고 있는 유관순 열사, 사방의 건·곤·감·리 위치에는 김좌진 장군, 이동녕 선생, 윤봉길 의사, 한용운 선사 조형물로 조성돼 있다. 이동녕과 유관순의 독립운동에 대해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태극기를 들고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유관순과 4괘의 하나로 자리잡은 이동녕, 뭔가 원칙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2등급 대통령장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 민종식, 이동녕, 이상재, 이종일 선생은 유관순 열사 동상 받침대에 어떠한 행적 없이 이름만 적혀 있다. 

차라리 유관순이 들고 있는 태극무늬를 중앙에 배치하고 8명을 8괘 형태에 유관순까지 9명을 순서대로 배치했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 원칙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각을 보는 능력의 한계인지 모르지만 한용운의 경우 독립선언서를 움켜쥐기보다는 펼쳐 보는 장면으로 하면 좋았을 것 같다. 추가로 독립운동하다가 이름도 없이 돌아가신 수많은 무명독립운동가 추모비도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좀 더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상과 행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충남도가 진행한 ‘충청남도 독립운동가 추모·선양 학술 포럼’도 이것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충남도는 지난 9월 7일 한용운과 유관순, 9월 9일 이동녕과 이종일, 9월 14일 김좌진과 윤봉길, 9월 16일 이상재 등 7명의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했다. 하지만 이 학술포럼에서도 임병직과 민종식은 빠져있다. 당시 충남도에서는 “충절의 고장 충남은 서훈 1등급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라며 “이번 학술 포럼은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더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임병직과 민종식 2명을 배제하면서 진행한 행사는 뭔가 석연치 않다.

충남도는 “보훈공원은 미래 주인공들에게는 애국애족의 디딤돌을, 국난 극복 주역에게는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기리는 국민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성할 것”이라는 보훈공원의 취지에 맞는 보훈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명량의 마지막 대사가 다가온다.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알까 모르겠네. 모르면 호로새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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