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다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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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다리가 되고 싶어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5.3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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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17년 차 베테랑 주부 아사이 사또코 씨


얼마 전 열린 홍성국제오카리나페스티벌에서 만난, 능숙한 한국어와 일본어 솜씨로 통역봉사를 하는 일본인 아사이 사또코(47. 갈산면) 씨. 올해로 17년차 한국생활에 접어든 지금, 베테랑 주부이자 두 남매의 어머니, 세탁소를 운영하는 남편의 조강지처로 부지런한 한국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아사이 사또코 씨를 만나 그간 한국생활에 얽인 희로애락을 들어봤다.

사또코 씨가 한국에 온 것은 1996년 10월 경. 교회의 주선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첫눈에 반했고, 고향인 일본 지바현을 떠나 남편의 고향인 한국 홍성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남편과 단 둘이 시작한 신혼은 남들처럼 깨소금이 쏟아지는 고소한 행복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국어라고는 ‘안녕’ 단 두 글자만 알던 시절, 남편의 얼굴만 바라봐도 마음이 통했다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자신의 무모함에 지금도 너털웃음이 난다고 한다.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니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졌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봤던 것 같아요. 남편은 밖에 나가 일해야 했으니, 친구라고는 텔레비전뿐이었고...텔레비젼에서 나오는 말을 무조건 따라했어요. 그러면서 한국말이 늘긴 하더라구요(웃음)”

자연스레 한국말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한국생활 2년차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조금씩 사회생활도 시작했고, 이웃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지금은 구항아동센터에서 보조교사로 아이들을 돌보며, 간혹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일본의 과거잘못을 물어올 때 난감하다는 사또코 씨는 “일본에 있을 땐 일본과 한국의 과거사를 전혀 몰랐다. 일본에서는 책에서 그런 역사를 일절 알려주지 않는다”며, “한국에 와서 일본의 잘못을 배웠을 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고 한국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일본사람이지만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다리역할을 해주고 싶고, 어린아이들에게도 이런 마음을 자세히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사또코 씨는 자신과 같은 일본인 다문화가정은 홍성군내 약 20여명 정도라고 한다. 다문화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교육과 취미활동을 병행하며 피할 수 없는 향수병을 위로하고, 생활의 활력을 찾는다는 사또코 씨. 다만 일본에 있는 노모를 떠올릴 때는 감출 수 없는 그리움이 떨리는 목소리에서 진하게 뭍어 나왔다. 장녀인 사또코 씨는 노모의 건강이 가장 염려스럽다고 했다.

“제 아이들에게 한국어 못지않게 일본어도 열심히 가르치고 있어요. 엄마의 나라인 일본에 대해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공부를 게을리 할 때마다 얘기해줘요. 일본에 계신 외할머니와 만날 때를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고요”

사또코 씨는 한국에서의 결혼생활 17년 동안 친정어머니는 단 두 번 찾아뵈었다고 한다. 그 중 한 번은 홍성군에서 결혼생활 5년 이상 다문화가정 중 친정집에 단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한 여성들을 위해 추진한 ‘친정 보내주기’ 사업의 일환이었다.

사또코 씨는 “일본은 가까워서 그나마 다행인편이다. 동남아 지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은 한번 한국에 정착하면 친정집에 가는 것이 더더욱 쉽지 않다”며, “홍성군의 지원으로 남편과 함께 일본에 계신 어머니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고, 나 같은 기회가 다른 다문화가정에도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사또코 씨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며,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췄다. 사또코 씨는 “지금은 다문화지원센터도 생겼지만, 예전에는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따가웠고 사회생활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지금은 정책적으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이 있지만, 다문화가정 여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사또코 씨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공장일과 같은 힘든 노동이 대부분”이라며, “최소 2개 이상의 언어를 소화하는 다문화여성들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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