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기 좋은 곳, 서부면 상황마을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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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기 좋은 곳, 서부면 상황마을로 놀러 오세요”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2.1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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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 서부면 상황마을 이장
지난 2일 상황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찬 이장.

농협이 주최한 ‘제4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대회’서 동상 수상
전체 가구 중 25%정도가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돼 화합 잘되는 마을로 알려져
 김찬 상황마을 이장, “먼저 다가가서 포용하면 모두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젊어서 까불 때는 불려가서 ‘빠따’도 맞아보고 경찰서 근처는 얼씬도 안하려고 했지.” 경찰 욕을 최고로 많이 해봤다는 서부면 상황마을의 김찬 이장은 운명의 장난인지 서울에서 경찰관으로 35년을 근무하고 42년 만에 고향인 상황마을로 돌아왔다.  

돌아온 고향은 어딘가 낯설었다. 어릴 때 뛰놀던 정겨운 마을을 기대했지만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는 생각했다. ‘고향에 돌아온 나도 외로움을 느끼는데, 외지 출신인 귀농·귀촌인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경찰로 근무하며 업무 추진력이 몸에 배어버렸다는 그는 외로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을에 귀농·귀촌인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 ‘외지 사람들이랑 뭉쳐서 뭐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는 더 용기를 냈다. 귀농·귀촌인들의 손을 잡고 마을 잔치에 함께 참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벽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8년 상황마을 이장으로 취임했다.

“저는 지금도 이렇게 말합니다. ‘귀농·귀촌인들이 오면 손님이라 생각하고 맞이하면 된다. 먼저 다가가서 포용하면 함께 갈 수 있다. 선입견을 갖지 않으면 잘 어울릴 수 있다’고요. 반대로 귀농·귀촌인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인사해보세요. 다들 좋아하실 겁니다. 시골 인심,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말합니다.”

김 이장은 홍성의 모든 마을이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잘 어울리는 마을이 되길 바라고 있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자연스럽게 융화되기 위해선 이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130여 명 정도가 모여 사는 상황마을은 40여 명이 귀농·귀총인입니다. 이들 중에는 기술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어요. 이웃들에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방법으로도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늘 존재합니다.”

화합을 이뤄낸 상황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낙엽을 줍고, 꽃을 심어 꽃길을 만들었다. 도시에서 온 대학생들과 함께 골목길에 벽화도 그렸다. 상황마을의 화합을 인상 깊게 본 표경덕 서부농협 조합장은 김 이장에게 농협중앙회에서 주최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마을을 가꾸는 주민들의 모습.

상황마을은 예부터 땅이 기름져 벼가 누렇게 익으면 골짜기가 온통 황금물결을 이룬다고 해 ‘느리실 마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느리실’이라는 단어는 숨 가쁜 도시를 떠나 느릿느릿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농촌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표 조합장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느리실 마을은 또 한 번 단합을 했다. 느리실 마을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 올 봄부터 5~6개월을 쉬지 않고 달렸다. 

“농촌이 고령화 되다보니 농번기에 함께 마을을 가꾸기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은 화합과 협력, 융화가 잘되는 마을이거든요. 각자 힘들고 부담이 되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함께 참여해주셨습니다. 목공기술을 가진 귀농인 이웃은 재능기부를 해줬습니다. 우리 마을은 이번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수상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큰 상을 받았습니다.”

상황마을 주민들은 경진대회를 준비하며 그 어떤 상보다 귀한 시간을 함께 경험했다. 땀과 웃음, 양보와 배려, 화해와 협력의 기억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상황마을은 지난달 18일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제4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 모습.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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