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지역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새로운 인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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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역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새로운 인식 〈3〉
  • 손세제 <철학박사>
  • 승인 2022.01.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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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강하다고 해서, 지식이 뛰어나다고 해서, 부와 권력이 조금 많고 높다고 해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문화 혹은 의식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믿는 바가 다르다고 해서,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힘을 합쳐 자기와 다른 사람을 핍박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정서, 인간의 보편적 인류애적 정신에 결코 조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의로움은 힘, 지식, 부, 권력, 피부색, 종교, 문화 등에서 유래하는 도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 인간다움에서 유래하는 도덕이요 가치관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바로 인간다움이 아닌가? 그 인간다움이 있기에 우리는 여타의 동물과 구별되는 것이며, 그것을 구현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판하고 혐오하는 이유도 인간의 본질이 인간다움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의 본질이 상대를 인정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을 도모하고 사회를 구성함에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면에서 제노사이드에 대한 설명과 이해·실체 규명은 향후 인류가 지향해야 할 세계 의식의 창조와 운용, 우리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될 것들을 경험 인식(혹은 간접 경험 의식)을 통해 체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상처를 입힌 손이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는 그 해결 방법과 동시에 발생한다고 하듯, 제노사이드에는 우리가 앞으로 건설하고 지향해야 할 세계 사회의식의 단초가 잠재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노사이드의 실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충남 서북부 지방 특히 과거 ‘홍주(洪州)’라 불렸던 지역이다. 동학, 의병전쟁, 3·1만세운동…. 거기에 더해 경신대참변이라든가 관동대지진에서의 한국인 학살도 우리가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지식, 가치관,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강한 자에 의해 자행된 제노사이드는 인류가 염원하는 인간다운 사회의 최대의 적이다. 과거 터키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20년대 만주 전역에서 자행된 제국주의 일본에 의한 이주 조선인 대학살은 불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체 희생자의 60%는 민간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의 민간인 희생자의 비율이 5%였던 점에 비춰 보면, 애국심에 포장된 ‘도덕적 잔악상’이 갈수록 심각해져 감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전쟁 발생 시 민간인 희생이 80%를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제노사이드는 제국주의자들의 타자(他者)에 대한 그릇된 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그들은 제노사이드를 실행하기 위해 인류가 이룩해 온 각종 도덕적 도구들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서구적 의식에 매몰된 사람들은 그 의식을 아무런 반성적 고민 없이 무비판적 맹목적으로 수용해 非서구적 사회를 ‘낡은 세계’로 간주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여전한 아시아적 동양적 세계 절멸 의식과 탄압, 압박 행위에 암묵적 어떤 때에는 거의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그 결과 정체성, 가치관의 혼란은 날이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으며, 제국주의 상품생산자[판매자]들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용이하게 얻고 있다. 동양 아시아 사회를 ‘낡은 세계’, ‘신이 자신들을 위해 창조한 세계’, ‘자기들을 통해서만 역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세계’, ‘가치의 법칙과는 무관한 세계’로 이해하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양 사회와 동양 사회를 특수한 사회로 포괄하는 새로운 보편적 세계 사회의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모멘트를 우리는 충남 서북부의 홍주 지역에서 있었던 제노사이드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홍주의 역사와 문화, 의식의 지향에 대한 재조명이 절실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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