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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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이하며…
  •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 승인 2022.01.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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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찾아오면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는다. 무언가 양손에 가득 들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유는 다 아는 사실이다. 부모님께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 관심과 사랑을 베푸신 선생님, 멘토, 도움 주신 많은 이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옛날엔 스승님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27살 조카가 있는데 대학교 때 방학 때마다, 중고등부 스승님을 찾아가 음식을 대접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나의 귀를 의심했지만 이내 대견스럽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가 잘 키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법정 스님 글에도 나온다. ‘인간성의 척도는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감사를 모르는 것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인스턴트 음식이 발달하고 그것을 즐겨 먹어서인지, 아쉬울 때는 허리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리고 갖은 아양을 떨면서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일이 성사되면 화장실 볼일 다 본 사람처럼 양반걸음이다. 시대가 변하고 바쁘더라도 기본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처음엔 분명히 마음 한편이 켕기는 게 있었을 터이다. 나중엔 그런 마음을 무시하고 반복되면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나이 들수록 생각하게 되는 화두이다. 

현대는 대부분, 돈이 그 중심이 된 듯하다. 각계각층이 돈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할 수 있는 곳은 없어진 것 같다. 심지어 종교계까지….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이 목적인 사람은 이미 인간이길 포기해야 한다. 

감사 선물로 친구들 밥 한번 사지 못한다. 어려운 사회복지에 단 한 번도 만 원 한 장을 내본 적이 없다면 인간의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전적으로 우리 기성세대(旣成世代)들의 책임이다. 본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도 가정도 교회도 돈 돈 돈 하면 아이들이 참 행복을 어디서 찾을까? 인간의 자기실현 역시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곳에 몸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면죄부 되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랑감 1등이 됐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혼율 1등이다. 무엇으로 사는가? 돈이 아니다.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착한 인간 되는 것이 인생 목적이 되면 좋겠다.

조선 선비들이 손에 흙 한번 안 묻히고 공부만 열중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참된 인간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을 위해 공자가 말하기를 맹자왈 해댔다. 나 어릴 때 만해도 가장 나쁜 욕이 ‘금수 같은 놈’이었다. 사람 구실을 못 하는 것, 그리고 할머니들이 머리를 쓰다듬고 가장 많이 한 말이 ‘착한 사람 되거라!’였다. 요즘 할머니들은 ‘돈 많이 벌어라’가 대세인 듯하다. 

나 어릴 때 초등학교부터 서울 유학을 했는데, 아버지는 안부 전화나 편지에 공부 잘하라는 말씀은 없었다. 전화 중에 단골 메뉴인 ‘주일미사 거르지 마라! 매일 아침. 저녁기도 잘하지?’를 늘 입에 달고 사셨다. 식사는 거를지언정 조만과(早晩課)를 거른 적은 없었다. 저녁에 하루 베푸신 것에 감사합니다. 하고 이불 속에서라도 하면 저녁기도 한 것이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때는 아주 간단히 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것이리라.

명절을 맞이하면서 주변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관심 가진 은인들과 지금의 나를 만든 분들께 감사 전화라도 했으면 좋겠다. 

인문학이 없어지고 있는 이 시대가 너무 가혹하다. 대학도 돈이 안 되는 과목은 없어지고 있다. 철학과를 나오면 굶어 죽기 십상이니 말이다. 인간이 인간의 길을 탐독하지 않고 돈이 되는 핸드폰, 자동차 파는 과목만 득세이니 말이다. 후배들이 인간의 길을 잃어버리면 행복은 멀어지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이다 보니 너무 안타깝다. 

인간은 인간이 될 때 행복한 것이다. 물고기는 물에 있을 때 행복하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잃으면 흉내만 내는 꼴이 되는 것이다. 입시 철이 한창인데, 대학입시 역시 돈보다는 자신이 사랑하고 보람을 느끼는 걸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평생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평생 직업을 생각하면 좋겠다. 좀 못 살아도 행복한 것을 선택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국·영·수만 잘하는 것으로 인생을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다. 

내 인생의 행복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부모는 나보다 먼저 갈 것이다. 저승을 말이다. 부모와 학교가 끝까지 책임 안 진다. 아니 못 진다. 
서울대 명문대 진학이 학생의 적성보다도 우선인 교사는 이미 교사가 아니다. 아이들을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희생 제물로 여기려는가? 부모 역시 사회적 자랑거리로 대학입시를 정한다면 너무 미성숙한 아빠, 엄마다. 평생을 원망하고 후회할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안 보이는가? 행복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줘야 감사를 받을 것이다. 

감사를 생각해야 할 명절에 참 스승과 후손들을 눈치 보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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