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신도시의 ‘충남혁신’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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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의 ‘충남혁신’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
  • 이상권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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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는 처음부터 혁신도시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이완구 전 도지사 시절에 도청의 이전을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어서 산업이나 경제와는 그리 관련이 없이 정치적, 행정적인 이슈에 편승해 조성된 도시이다.

정치적, 행정적인 이슈에 편승해 도청 이전을 목적으로 조성된 도시는 내포신도시뿐만 아니라, 전남도청을 이전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전남 목포시·무안군에 걸쳐 조성된 남악신도시와 경북도청을 이전하기 위해 2015년에 안동시·예천군에 걸쳐 조성된 경북도청신도시가 있다. 이들 신도시 중에서 뒤늦게나마 혁신도시로 지정된 곳은 그래도 충남의 내포신도시뿐이다.

‘혁신도시’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의 혁신도시로 이전시켜서 혁신도시내의 기업·대학·연구소 등과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수준 높은 주거·교육·문화 등의 정주(定住) 환경을 갖추도록 할 것을 목적으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혁신도시법)’에 따라 개발하는 미래형 도시를 말한다.

따라서 혁신도시로 지정된 내포신도시에는 혁신도시법에 따라서 반드시 수도권의 공공기관이 이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신도시일 뿐이지 혁신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기존 혁신도시에서 알짜배기 거대 공공기관은 이미 다 유치해갔고, 아직도 수도권에 남아있는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기에 부적합하거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관들뿐이어서, 막내로 지정된 혁신도시로서는 골라잡아 데리고 올 만한 공공기관이 썩 마뜩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포신도시는 혁신도시이므로 반드시 수도권에 있는 기존의 공공기관이 이전돼야 한다. 물론 충남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괜찮은 기관을 유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혁신도시로 지정됐다고 해서 수도권의 공공기관들이 자진해서 이전해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기관들을 이전시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혁신도시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5년마다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충남지사는 충남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과 그 직원에 대한 이전지원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충남혁신도시로 유치하여야 할 법률적, 실질적 책임이 있는 주체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아니고, 홍성군수나 예산군수도 아니며, 충남도지사라는 말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도시라는 큰 그릇은 만들어졌지만, 정부의 결정이 미뤄짐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늦어진 점이 아쉽다”는 심정을 토로했고, “충남혁신도시가 정부의 지원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통령에게 수도권 공공기관을 우선 이전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부 임기 내에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공언해왔던 김부겸 국무총리가 근래 “다음 정부에서 혁신도시 이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겠다”고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문재인 정부하에서 충남혁신도시로 수도권의 공공기관 이전이 결정되기는 불가능해졌다.

공공기관을 유치할 책임이 도지사에게 있다고 할지라도, 이처럼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지사가 공공기관 유치 책임자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직 수도권에 남아있는 공공기관을 일일이 분석해 어떤 기관이 충남혁신도시로의 이전이 가능한 기관인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각 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각각의 기관과 충남도가 협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협상해가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전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그리 함으로써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을 선제적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우선이다.

양 지사는 국비 한 푼 지원받지 못하면서 전액 도비와 군비를 들여 서해선 삽교역을 신설키로 결정하면서 “삽교역이 충남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유치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이 말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니, 양 지사는 충남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유치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삽교역이 아니라 도지사 자신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삽교역 하나를 보고 충남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은 없다는 사실을 양 지사가 간과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또한 양 지사는 “서해선 준공 전에 지방비를 투입해 역사를 신축해 놓으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서해선 삽교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가 없이 역사를 짓더라도 일단 지어놓으면 서해선 삽교역에 열차가 설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이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는 것과 같은 격이다.

이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건이 바로 수년 전에 있었다. 고속열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호남고속선 익산역과 정읍역 사이에 일명 전북혁신도시역 신설 논란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이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용역비용 1억 원까지 정부에 출연하고 어찌어찌 통과시켰지만, 5년 후인 2019년 최종적으로 경제성이 형편없다는 사유로 번복돼 혁신도시역 신설이 무산됐던 사실이 있다.

이러한 역사(驛舍)의 역사(歷史)로부터도 양 지사는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이상권 <변호사·전 국회의원·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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