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는 청년들도 교통약자로 생각해주는 홍성이 되면 좋겠어요 - 이예은(가명·30대·홍북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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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없는 청년들도 교통약자로 생각해주는 홍성이 되면 좋겠어요 - 이예은(가명·30대·홍북읍)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2.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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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바라본 홍성 -교통약자가 돼버린 청년들 ②

충남지역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유족, 아동·청소년들에게 대중교통 이용료를 감면해주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홍성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홍성을 방문했던 청년들은 “홍성에서 차 없는 청년은 누가 봐도 교통약자”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차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에 대한 구체적인 이동권 보장 정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바삐 움직이고 있는 지역 청년들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통취약계층에서 배제되고 있다. <편집자주>


■ 역피라미드형 인구그래프 
2012년 1월 홍성군의 전체인구는 8만 1283명이었다. 10년이 흐른 2022년 1월 기준 홍성군 전체인구는 9만 9267명. 인구수는 10년 전에 비해 1만 7984명 증가했다. 

그러나 그래프의 전체적인 모양은 10년 전과 비교해 역피라미드 형태에 더 가까워졌다. 역피라미드형 인구 그래프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그래프 형태다. 연령대별 수치를 살펴보면 40~90대 인구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전부 증가했다. 특히 60대 남성은 4993명에서 7706명으로, 60대 여성은 5515명에서 7907명으로, 80대 여성은 2134명에서 4293명으로 대폭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10~30대 인구는 전부 줄어들었다. 10대는 305명, 20대는 323명, 30대는 484명이 감소했다. 

중년과 노년층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은 점점 홍성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래프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만나본 청년들은 전부 열악한 교통 인프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 택시를 애용하는 지역청년들? 
홍북읍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예은 씨(가명·30대)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 보유한 차가 없기도 하고, 지내는 원룸 인근에서 직장 근처까지 운행되는 버스도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악천후로 날씨가 좋지 않거나 늦게 일어난 날에는 항상 카카오 택시를 불러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동료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귀가한다”며 “택시를 타고 출근한 날은 매번 5000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까지 가지고 다니는 상황에서 택시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홍성처럼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는 차가 없는 청년들도 교통취약계층에 포함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곳 홍성에서 차가 없는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절약정신이 부족해서 버스보다 몇 배나 높은 요금을 지불해가며 택시를 이용하는 게 아니었다. 취업난 속에서 어렵게 직장을 구했지만 거주지와 직장을 오가는 버스 노선은 없었고, 날씨가 궂으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다.

지난 2020년 충청남도 데이터정책관이 발표한 ‘충청남도 사회조사’ 15세 이상 가구원의 연령별 대중교통 이용률을 보면 10대 청소년과 60세 이상인 충남도민들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시내버스/농어촌버스(마을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대~50대 도민들은 대중교통수단 중 택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대는 택시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5.7%였으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택시 이용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타 지역 청년들이 바라본 홍성 
지난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홍성을 방문했던 주한종 씨(30세·경기 광주시)는 “홍성은 차 없이 여행하긴 어려운 지역 같았다”며 “휴가기간 동안 차를 타고 홍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승강장만 봤지 운행 중인 버스를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광주시도 일부 인구밀집 지역을 제외하면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가까운 거리여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노선에 따라 이동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배차간격도 길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신소정 씨(가명·25)는 차를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홍성에 사는 친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종종 홍성을 방문하고 있다. 신 씨는 “홍성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홍성을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지인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혼자 동네를 돌아다녀보니 차 없인 도저히 지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에서 차 없는 청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행하면 청년들의 반응이 어떨까요?’라는 질문에는 “교통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당장 타지로 떠나려는 청년이 갑자기 홍성에 남기로 마음을 바꾸진 않겠지만 적어도 청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은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청년인구 유출방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 ‘청년 교통비 지원 사업’의 실효성
홍성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 교통비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사업 내용은 교통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 근로자(만15세~34세)를 대상으로 월 5만 원씩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교통비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도심 외곽에 위치한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구인난 해소에 기여하며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게 사업의 목표다. 그러나 관내 도심외곽에 위치한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은 차가 없는 경우가 드물어 정책 실효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차량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차를 보유한 청년 근로자는 유류비 목적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해당 사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선 차가 없는 청년들도 사업 대상자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차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이면 직장이 도심외곽에 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교통여건이 열악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읍에 거주하는 이윤재 씨(가명 ·29)는 “만약 사업 대상에 ‘차가 없는 관내 청년 근로자’를 포함했다면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거에 지적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해 지금이라도 좀 더 세심한 청년 관련 교통지원 사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부산의 ‘청춘드림카’를 아시나요?
금마면에 거주하는 최정훈 씨(가명·27)는 “홍성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차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들이 지내기엔 불편한 부분이 많다”며 “몇 년 전 군복무를 마치고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자가용 없이도 대중교통으로만 편하게 출퇴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홍성군은 약 200억 원을 들여 교통약자 지원, 벽지노선 지원사업 등 교통인프라와 대중교통 서비스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도시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조성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청춘드림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청춘드림카’ 사업은 부산 지역 내 대중교통 취약지로 꼽히는 강서구와 기장군 소재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출퇴근용 전기차 대여료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그동안 300명이 넘는 청년들이 혜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총 70명 규모로 사업이 진행됐다. 차량의 월 대여료 중 약 40만 원이 2년간 매달 지원되며 26세 이상 자부담 비용은 월 20만 원, 26세 미만은 월 26만 원 정도다.  

대상자는 부산에 거주하며 강서구와 기장군 소재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만21~39세 청년이다. 대여료 지원을 받으려면 운전면허 취득 기간이 1년이 넘어야 하고 공고일 기준 3년 이내 신규 취업자나 취업 예정자여야 한다. 지원 차량은 삼성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다. 한편, 지난해를 기준으로 ‘청춘드림카’ 사업 참여자의 90%정도가 혜택을 받으며 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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