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방송인 유병재가 홍성 출신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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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방송인 유병재가 홍성 출신인가봐?”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24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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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있는 중학교 2학년 막내아들 녀석이 무슨 영상을 보던 중이었는지 반갑다는 듯 갑자기 자기 방에서 큰 소리로 물어오는 것이었다. 이번뿐 아니라 종종 어디 방송에 홍주성이 나왔다는 둥, 먹방에 홍성 어느 식당이 소개됐다는 둥, 자기가 사는 홍성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 보인다. 

서울에서 태어나 유치원 시절 엄마와 아빠를 따라 이곳 홍성으로 이사와 이젠 완전히 홍성의 자랑인이 다 됐다. 나 역시 종종 교회의 성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홍성을 떠났다가 20년 만에 돌아오면서 1명이 4명 되어 왔으니 잘 한거죠?”라고 말하며 구애를 하곤 했다.

우리 지역 홍성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도 또한 충남도청의 비중으로 볼 때도 다방면의 영향력이 있어 우리나라의 허리 역할을 하는 꾀 비중을 차지하는 고장 중의 한 곳이기에 더더욱 자랑할 만한 고장이다. 이러한 의미 있는 기름진 옥토에서 펼쳐지고 있는 최근 선거운동의 열기를 보면서 몇 가지 느끼는 바가 있다.

지역신문에서 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매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은 관련자들을 만나 대화할 때와도 다르지 않다. 흑과 백의 구도에서 우리 진영은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 진영은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공식이라도 가진 듯하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 말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느끼기에는 실제로 그렇다.

한편으로는 모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싶었다가도 그 후보를 지지하고 홍보하는 이들의 상식적이지 못한 과한 주장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닫히고 혀를 차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후보를 도와주는 격이 아닌 오히려 격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필자 역시 재학시절 임원선거에 출마해 쓴잔을 맛본 적도, 브라보를 외쳐 본 적도 있었기에 상대 진영과의 그 긴장감이라는 것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점점 선거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음을 느낀다. 

인생의 4계절을 지내오면서 당시의 내 입장에서의 절대적 주장이 시간을 지내고 보면 그렇게 목숨을 걸만한 이슈도 아니었음을 경험한 바가 누구에게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모든 이들은 보다 신중한 판단과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리와 주장은 역설적으로 보면 자기 진영의 사람은 잡아놓은 물고기이고 다른 진영의 사람들은 근접할 필요가 없다며 선을 긋고 다가갈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제쳐 놓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평범한 나와 같은 소시민들은 네 편 내 편, 네 당 내 당으로 단정 짓기보다 그 후보의 진정성 있는 인간의 면모와 실효성 있는 공약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의 신뢰도를 마지막까지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고 또한 목소리를 낼 것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후보와 후보의 손과 발이 되는 이들은 그 시야를 한계 영역 안에만 둘 것이 아니고 애민(愛民)의 마음을 넓게 펼쳐 상대 진영 역시 한나라인 임을 생각하며 서로를 이롭게 하고 이 시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데스몬드 투투는 남아프리카의 전통사상인 우분투(ubuntu)를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한 인류학자가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제안하기를 근처 나무에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차지하리라고 했는데 출발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이 모두 손을 잡고 달려가 일제히 ‘우분투’를 외치며 음식을 함께 나눠 먹더라는 것이다.

이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로 그들의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라고 한다. 넬슨 만델라 역시 우분투를 언급하며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고, 서로는 또 더 큰 집단에 연결돼 있는 일원이기에 서로에게 굴욕을 주는 대신 얽혀 있는 존재로서 관용을 베풀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번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막을 내린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슬로건도 ‘함께하는 미래’라고 하는데 이는 막연하고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34)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며 국기를 들고 자축하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일리아 부로프(31)가 뒤로 다가가 포옹을 하며 축하해 주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사이에 고조된 긴장을 극복하는 제스처(gesture)”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양국 사이의 갈등에 대해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잔잔한 감동의 장면이었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우리 고장이 선거의 열풍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서로가 자긍심 있는 경쟁 속에서 정당한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꿈을 펼치는 다음 세상이…


최윤종 <홍성침례교회 담임목사·독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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