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어, 그리고 살아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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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 수 있어, 그리고 살아 있어 행복합니다”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7.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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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이 희망입니다]5. 사랑과 봉사 실천하는 행복한 염습사 김달순 씨

홍주신문이 창간 5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당신이 희망입니라’라는 주제로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터전을 일구고 있는 ‘착한 이웃’들을 만나 그동안의 여정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결성면 교촌마을 부석만·노인옥 부부
② 거북이마을에 활력 불어넣는 청년귀농인 길익균 씨
③ 음악이 있어 즐거운 사람들, 직장인밴드 ‘박하사탕’
④ 일상에서 작은 행복만드는 청운관 김기원·정영숙 부부
⑤ 사랑과 봉사 실천하는 행복한 염습사 김달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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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며 가게 앞을 한 바퀴 씽~ 돌면서 환하게 웃는 김달순 씨(대교리 평화복집. 60) 모습은 소녀처럼 맑았다. 특별히 잘 한 것도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시더니 오랜 설득 끝에 부끄러운 듯 말문을 여셨다. 

 

 

▒  언제 자전거를 배우셨어요? 몹시 재밌어 하시네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진 지가 벌써 5년째네요. 힘든 과정을 거치고 부부가 함께 병마와 싸우면서 열심히 기도한 덕분인지 이젠 혼자 걷고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됐어요. 그런 남편이 자기 죽기 전에 저한테 좋은 추억이라도 하나 남겨주고 싶다면서, 나중에 자식들 바빠서 어디 데려다 주지도 못하면 혼자서 자전거 타고 ‘훨훨’ 다니라고 가르쳐 주대요” 

▒  좀 찡한데요. 아내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요즘엔 이혼하는 부부도 많은데 부부간 금술이 참 좋으신가 봐요.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요. 봉사가 다른 게 있나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하는 게 진짜 봉사에요. 양로원이다 고아원이다 그런데 가서 괜히 봉사하기보다 남편에게 잘 하면 되는데 말이지요”

▒   저도 반성해야겠어요. 남편분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굉장히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대부분 새벽 4시경에는 일어나 성당에 가요. 큰 아들이 지금 로마에 신부 교육을 가 있어요. 아들이 무사히 신부 수업을 받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를 합니다. 힘들어도 잘 견디라고 어미로서 그저 기도 힘을 보태는 거지요. 미사가 있는 날은 미사를 드리고 집에 돌아와 남편과 함께 산책 겸 운동을 합니다. 틈틈이 사회복지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교우 중에 상을 당한 분이 계시면 기도 방문도 하고 이곳저곳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   큰아드님이 신부가 되겠다고 했을 때 혹시 반대는 하지 않으셨나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아니에요. 첫 아이를 갖고 이 아이가 하나님 닮은 모습으로 살기를 바랐고 기꺼이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기도했어요. 아이도 어려서부터 스스로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고 하나님께서 잘 이끌어 주셨어요”

▒   큰아들 이야기를 하시면서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니 무척 자랑스러운가 봐요. 그리고 아드님한테 존댓말을 쓰시네요. 혹시 살면서 가장 힘이 들었을 때가 언제였나요.

“시어머니께서 젊으셨을 때부터 치매가 있으셨어요. 워낙 고집도 세신 분이셨는데 제 남편이 넷째 아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어머니를 모셨어요. 처음 어머니와 함께 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어머님이랑 살면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하게 해 달라구요. 처음만 힘들었지 돌아가시는 날까지 서로 잘 지냈어요”

▒   힘든 고비를 지혜롭게 잘 넘기셨네요. 치매 걸린 시어머님과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아마도 신앙의 힘으로 견디고 극복하신 것 같아요.

“네. 시어머니께서 7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살아 계실 땐 나름대로 제가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모신다고 자부했어요. 군수님께서 상도 주셨답니다. 어머니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제가 얼마나 어머님께 불효했는지 알게 됐어요. 좋아하시던 반찬이나 햇과일을 보면 그 때 생활이 넉넉지 못해 자주 사다드리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돈 벌어 생활해야 한다는 핑계로 일만 열심히 했지, 어머님 혼자 외롭게 둔 것 같고 그래서 너무 그립고 한이 되요”

▒   그럼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난 후 염습을 시작하셨나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성당에 다니시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 봉사활동을 많이 합니다. 저도 주위의 권유로 카톨릭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염습을 배우고 수료한 후 서산의료원에서 실습하며 시작하게 됐죠. 맨 처음으로 시신을 만졌을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사는 게 별게 아닌데 그저 하나님께서 생명을 주셔서 긴 여행을 떠나왔을 뿐이고 그 여행을 마치면 누구나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요”

▒  염습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상황에 부딪히면서 힘든 일도 많고, 가슴 아픈 사연들도 접하셨을 것 같아요.

“교통사고로 사망하신 분들은 정말 시신이 너무 많이 상해서 손을 댈 수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요. 뇌의 반절 이상이 없거나 내장이 다 밖으로 빠져나와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할 정도로 훼손된 경우가 있어요. 꼽추인 경우나 허리가 많이 휘신 분들은 일일이 정성껏 주물러서 하나하나 다 펴 드려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조금 힘들죠. 언젠가 한 여섯 살 정도 된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폐가 자라지 않는 희귀병에 걸렸다더군요.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는데 시신이 너무 깨끗하고 이뻐서 어린 손주 생각이 나서 참 많이 울었고 가슴 아팠답니다”

▒   말씀을 들어 보니 새삼 생명의 소중함이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면 살면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욕심 채우기 급급하고 가족들한테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구요.

“노인보호시설 같은 곳에서 보호자도 없이 오시는 노인들은 너무 말라서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어요. 살은 하나도 없고 뼈만 남아서 아무리 해도 눈꺼풀이 감기지 않을 정도에요. 분명 가족이 있어도 가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알리지도 않고 부모로서 다 감당하고 혼자 외롭게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얼마 전 우리 집 옥상 구석에 콩을 심었는데, 어린 콩이 힘들게 흙을 헤치고 세상에 고개를 내밀 때, 어떤 콩은 양쪽이 잘 벌어지면서 모자를 쓴 것처럼 온전하게 나오고 어떤 콩은 어렵게 나왔더라도 한쪽이 떨어져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났어요. 저도 한쪽 떡잎이 떨어져 나간 콩처럼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너무 가난해 배우지도 못했고 어려서 서울로 올라와 미싱일을 하면서 근근이 가족들을 부양하고 먹고 살았거든요. 부모의 사랑이 이런 거예요. 든든하게 지켜주고 힘을 거들어주는 거죠. 젊은 사람들이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   마음이 여리신 것 같아요. 금방 부모님 말씀하시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시네요. 다방면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계신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마지막으로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우리 가족 말고도 의사선생님, 공무원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요. 그분들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위해서는 기도를 안 해봤어요. 배운 것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고, 그분들이 좀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하늘로 갈 때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어요. 손에 끼고 있는 반지도, 머리에 꽂은 핀도, 예쁜 옷도 다 놓고 갑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허덕이며 살아야 하나요?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주변의 관심이 조금만 있었다면 자살 같은 건 막을 수 있을텐데,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어나 걱정스러워요. 순리대로 살지 못하고 자살이나 약물 중독 등으로 죽은 사람의 시신은 보통 사람과 많이 달라요. 절대로 자살을 하면 안 됩니다”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씩씩하게 눈가를 훔치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시는 김달순 씨에게서는 밝고 건강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곧 김달순 씨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세상, 한쪽 떡잎만 가지고도 무럭무럭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어린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들리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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