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콘텐츠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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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콘텐츠를 만들자
  • 한건택 독자·칼럼위원
  • 승인 2022.06.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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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에 가면 낯익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 홍성군 구항면 황곡리 태생인 손곡 이달이다. 그의 흔적을 홍성에서는 찾기 어려운데 강원도 원주 손곡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20년 전 강원도 원주시를 회의 참석차 때문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나눠준 원주시 관광안내 지도에는 ‘원주 손곡리에 가면 이달의 생가가 있으며 이달은 원주 손곡리 태생이다’라고 돼 있었다. 또한 원주시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었다. 이 내용을 보고 바로 원주시 관계자에게 시정을 요청했다. 

“손곡 이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손곡 이달은 충남 홍성군 구항면 황곡리 태생으로 원주 손곡리에 와서 초막을 짓고 정착하고 제자를 길러냈습니다. 손곡리에 산다고 하여 호를 손곡으로 했고 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가르친 사람입니다. 수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원주시에서는 내용을 확인해 바로 시정 조치할 것을 약속했고 얼마 뒤 원주시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원주 손곡리에 와서 정착을 했다’고 수정돼 있었다. 이후 원주시의 모든 홍보물에 손곡 이달의 소개란에는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원주시는 홍성의 인물 손곡 이달을 지운 것이 아니라 선양사업을 더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손곡 이달의 시비 여러 개를 조성하고 원주역사문화순례길에 손곡 이달을 포함시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쌀창고를 재생해 모두골예술극장을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이달의 꿈’이라는 공연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홍성은 어떠한가? 손곡 이달에 대한 흔적으로는 홍주성 서쪽 출입구 옆에 세워져 있는 한용운 스님 흉상 옆에 손곡 이달의 시비만이 있을 뿐이다. 원주 손곡리 마을 입구 안내판에는 손곡 이달에 대해 표기돼 있는 반면, 구항면 황곡리에서 이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달 생가지에는 생가지 표지도 없고 이달에 대한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와룡천의 한줄기로 백월산에서 발원해 황곡리 중심을 흘러 갈산으로 빠져나가는 오봉천의 상류 냇가는 손곡 이달이 태어났을 때 검게 변했다는 전설도 있다. 손곡 이달의 탄생과 관련한 전설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역의 콘텐츠는 인물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 콘텐츠 중 하나로 옛 지명도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항에 있는 옛 마을 지명 중 독리(纛里)가 있다. 이 한자어 독은 ‘둑 독’, 혹은 ‘둑 도’, 다른 표현으로 ‘기 독’, ‘기 도’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서울 뚝섬을 한자어로 쓰면 둑도(纛島)라고 한다. 하지만 독의 다른 뜻으로 쇠꼬리나 꿩 꽁지로 꾸민 큰 기를 말한다고 한다. 구항면 소재지 부근의 지명 중 하나인 이 한자어 지명에 대한 풀이를 지역의 9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한자 지명을 순우리말로 풀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각 마을엔 옛 지명이 있다. 문제는 이 옛 지명이 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옛 지명도 하나의 문화이고 활용하기에 따라 지역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교동에는 향교가 있고 간동은 조선시대 대간이 살았던 곳이며, 송정은 소나무숲 언덕에 있는 정자가 있는 동네(현 홍주문화회관 자리에 정자가 있었음)이고 지석리에는 지석묘가, 태봉리에는 왕실의 태가 묻혔던 태봉이, 무량리에는 절(고산사)이 있다. 방죽골은 방죽이 있었고, 절골 혹은 빈절골에는 절이 있었다. 마구형은 말의 입처럼 생긴 마을이고, 역치(역재)는 역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하며 역재방죽은 역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저수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명은 마을마다 골짜기마다 그리고 들판뿐만 아니라 작은 고개조차도 지명이 있었다. 이 지명들의 순우리말을 알고 계신 분들은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다. 이분들이 계시는 동안 지역 콘텐츠의 하나인 옛 지명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건택 <내포문화관광진흥원 원장·독자·칼럼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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